매일신문

대구시장 후보 24시-문희갑

'大邱廣域市長 文熹甲' 문희갑 한나라당후보는 24일 한 행사에 참석, 방명록에 이렇게 썼다.그는 이 아홉 글자를 쓰면서 새 시장의 임기가 시작되는 7월 이후에도 똑같은 서명을 할 수있기를 바랐을 지도 모른다. 그 때문인지 문후보는 선거운동 6일째인 이날도 쉴 새 없이 표밭을 누볐다.

전날 자정쯤 모방송국 토론회를 마치고 귀가한 문후보는 내방객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새벽2시가 돼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6시가 채 되기 전에 눈을 떴으므로 수면시간은 4시간이안됐다.

감기몸살 기운이 있는 데도 일정상 어쩔 수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운동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싶다는 모 언론사의 요청으로 몸으로 10분간 러닝·머신을 작동시켜서인지 몸은 더욱 무거워 보였다. 친지·형제들과 조찬을 함께 했으나 부인 정송자(鄭松子)씨는 표를 찾아 이미 집을 나선 시각이었다.

문후보는 이날 오전에 참석한 두 행사에서 "시장으로서, 시장후보로서 왔다"면서도 "선거법상 지지를 호소할 수 없다는 규정때문에 선거이야기는 할 수 없게 돼 있다"는 말로 인사를대신했다. 참석자들의 이심전심(以心傳心)을 바라면서.

그는 이동 중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오후에 있을 방송연설 광고 원고를 꼼꼼히 체크해야했기 때문이었다.

문후보의 강행군은 저녁 때도 쉼이 없었다. 대구백화점앞 유세, 동성로에서 대구역까지의 거리유세가 계속 이어졌다. 그는 장미꽃 다발을 들고 길을 가는 여성유권자들에게 은박지로싼 장미 한 송이씩을 나눠주기도 했다. 꽃을 받아든 아주머니, 아가씨들은 환하게 웃었고 문후보도 따라 웃었다.

문후보는 저녁식사를 대구백화점 인근의 '경주할매국수식당'에서 칼국수에다 '참소주'한 잔을 겯들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지난 달에 팔순을 맞았다는 할머니는 3년만에 찾아온 문후보를 반가이 맞았다.

문후보는 또 이날 저녁 경북고 동기(37회)동창이기도 한 강신성일씨와 함께 시민회관에서 '대구경북으로 가는 길'이라는 연극을 관람하는 망중한(忙中閑)도 즐겼다. 문후보는 연기자대기실에 들러 드라마 '전원일기', '그대 그리고 나'의 출연진이기도 한 최불암, 김혜자, 김수미씨 등과 인사를 나누고는 객석에서 알아보는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문후보는 90분간의 공연이 끝난뒤 다시 시내를 한 바퀴 돌고 캠프로 돌아왔다. 문후보는 "일요일 저녁같으면 시내에 사람들이 많은텐데 IMF때문인지 너무 적더라"며 선거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정도로 어렵기만 한 경제상황을 걱정하기도 했다.

휴일이라서 일정이 빡빡하지는 않았다는 문후보는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6·25직후 7남매를 키우신 어머님을 생각하면 고생이라고 할 수도 없다"며 웃음을 지었다.

문후보는 그러나 이 날도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11시가 넘어서야 귀가할 수 있었다.〈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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