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치된 각종설비

최근 부도난 뒤 각종 설비가 녹슬어 가고 있는 대구 성서공단내 ㅇ섬유

숨죽인 기계 먼지만 가득

28일오후 대구 성서공단내 ㅇ섬유공장. 공장 정문엔 채권은행인 대구은행의 출입금지 안내문이 나붙어 부도공장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쪽문을 통해 공장안으로 들어서자, 폐허가따로 없었다. 출입문을 쇠사슬로 묶어놓은 사무실안은 책상과 의자가 어지럽게 나동그라져있었다. 사무실 건물 벽엔 이 회사 대표 ㅂ씨를 성토하는 글이 붉은 스프레이로 휘갈겨져있었다. 공장건물 안은 더 참혹했다. 공장 오른쪽 한켠엔 기계설비 일부가 뜯겨나간 자국이역력했다. 남은 기계설비도 가동하다 갑자기 작업을 중단한 듯 길다란 천조각이 걸린 채 방치돼 있었다.

사정이 더욱 딱한 사람은 ㅇ섬유의 공장을 임대해 함께 사용해온 ㅎ섬유 사장 ㅇ씨. ㅇ섬유가 전기요금까지 체납,전기가 끊겨 공장을 가동할 수 없는데다 ㅇ섬유의 부도어음을 받은탓에 ㅎ섬유도 부도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성서공단내 1천1백34개 업체중 ㅇ섬유처럼 부도로 공장문을 닫은 곳은 5월현재 1백여군데.지난해 56개 업체가 부도를 냈고 올해도 벌써 30여개 업체가 문을 닫았다. 지난해엔 섬유업체들의 부도가 많았으나 올해는 기계.금속업종의 부도가 크게 늘었다. 채권은행들은 채권확보를 위해 이 공장들을 모두 봉쇄해두고 있다. 기계설비도 봉인된 채 '고철신세'를 면치못하고 있다. 공매를 통해 매각되든가 중고기계 수출상을 통해 수출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없다. 고철이 돼가고 있는 기계설비의 값어치는 성서공단측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하지만 공매를 통해 팔리는 중고 기계설비는 거의 없다. 유찰에 유찰을 거듭, 3~4년씩 묵은매물이 숱하다. IMF불황이 워낙 깊어 시설투자를 하려는 사람이 없는데다 중고기계 거래엔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엔 은행들마다 '국부(國富)유출'이란 비난을 무릅쓰고수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도업체의 기계설비를 체계적으로 유지 보수하고 중고 기계설비에 대한 국내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시급히 강구돼야 한다고 지역 경제계는 지적한다. 봉인돼 고철화돼가고 있는 기계설비를 기계조합 등이 맡아 성능을 유지하도록 보수하고 중고 기계설비 구입자금을 중소기업에 지원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28일 대구창업보육센터 개소식에 참석한중소기업진흥공단의 박삼규 이사장도 이와 관련 "'유휴설비 박람회'를 자주 열어 중고설비 거래를 활성화시키고 중고설비 구입에 중소기업 구조개선자금을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曺永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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