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국회 개원 50주년

31일은 제헌 국회가 개원(開院)한지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광복이래 이 나라가 현대사의 굴곡에 따라 때로는 누란의 위기에 몰리기도 하면서 부침을거듭하는 동안 국회는 의회 민주주의의 보루로써 반세기의 연륜을 쌓아올린 것이다.그동안 국회는 국민의 기대를 받기도 했지만 때로는 기대 이하의 의정활동으로 따가운 질책을 받기도 했었다.

48년5월31일 개원한 국회는 그 이래 5.16, 10월유신, 5.17로 이어진 정치의 격동기를 겪으면서 한때는 '권력의 시녀'아니면 '통법부(通法府)'란 가시돋친 비아냥도 듣기도 했지만 끝내무너지지 않은그 공적은 누구도 부인못할 사실인 것이다.

어쨌든 우리가 지난 50년간 이룩한 발전의 일부분은 그나마 의회 민주주의를 지켜낸 국회의몫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란 생각도 든다.

그러나 요즘 국회의 모습을 보면 새삼 착잡하기만 하다.

IMF란 미증유의 국난을 맞아 영일이 없어야할 판에 여야가 당리당략의 볼모가 된채 표류하는 모습을 보는 국민의 심경은 '이런 국회가 꼭 필요한가'하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한나라당이 임시국회를 단독소집했지만 국회는 현재 열리지 않고있다.

이는 여소야대(與小野大)로 야당이 과반수를 차지, 표대결을 벌이면 의장과 주요 상임위가모조리 야당 몫이 되기 때문에 공동 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원(院)구성을 미루는데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회가 개원 50주년 행사조차 당일에 치르지 못하고 전반기 국회 마지막날인 29일치렀다니 한심하다.

국회는 새정부가 들어서고 3개월이 되도록 국무총리 인준 문제도 처리 못했고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이전투구를 방불케하는 치졸한 정쟁을 연출하고 있다.

여야는 IMF체제가 요구하는 개혁을 뒷받침하기보다 자당(自黨)의 입장에 따라 오히려 발목을 잡기까지 하고있다.

이런 와중에 여당은 정치를 제대로 하기위해 정계개편을 하겠다고 하고 이에 야당이 맞서줄다리기를 하고 있으니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지금 개회중인국회는 이신행(李信行)의원 보호용이고 지난 국회는 강경식(姜慶植)의원 보호용이란 말도나온다고 한다.

오죽 당리당략에 매달리는 여야가 못마땅 했으면 나온 소리겠는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국회는 그존재가치를 잃게된다.

국회개원 반(半)세기에 즈음해서 새삼 국회의 자기 성찰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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