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투표결과만 남겨 놓은 채 6·4 지방선거전이 마무리 됐다. 여야간 정권교체후 처음 치러진 이번 선거는 유권자들의 냉담한 반응속에 막판 금품살포, 흑색선전 등 탈·불법이 만연하면서 구태를 재연해 풀뿌리 민주주의의 이념을 무색케 했다.
이번 선거의 운동양상을 짚어본다.
이번 선거전의 가장 큰 특징은 △단독출마 및 무투표 당선자 대거 양산 △선거법 개정 늑장으로 후보자와 유권자의 새 선거법 부적응 △경제난으로 유권자들의 선거 무관심 △노동계지지후보 표명 △소지역주의 재연 △선거후유증 심각 예상 △상대후보 깎아내려 반사이익보려는 네거티브 전략 등으로 요약된다.
무경합선거구가 단체장이 5곳, 광역선거구가 7곳, 기초 1백6곳 등 경북도내에서만 1백17곳에이르는 등 단독출마자가 속출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뿌리 채 흔들어 놓았다.
단체장의 경우 현직 프리미엄의 벽을 뛰어넘지 못해 출마준비를 하다가 중도포기하는 사례가 많았고 광역·기초의원은 경제난으로 인한 자금 부족, 지역 후보자간 담합 등으로 포기한 경우도 많았다.
경제난과 농번기가 겹쳐 전반적인 선거분위기가 가라앉은데다 선거일 다음날인 5일이 징검다리 연휴로 이어짐에 따라 포항과 구미공단지역 업체들이 3~4일간 휴무를 결정하는 등 연휴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 투표율이 사상 최악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번선거의 특징. 유권자들의 냉담한 반응으로 예천·봉화·포항지역 등지서 합동연설회와 개인연설회를 취소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기도 했다.
또 선거법 개정으로 후보자들이 현수막을 걸지 못하고 명함형 홍보물조차 돌리지 못해 후보자들이 얼굴알리기에 애를 먹었다. 이때문에 선거법위반을 각오한 채 소형 명함형 인쇄물을뿌리는가 하면 호별방문에 나서는 후보들도 나타났다. 4대선거 동시실시로 전체적인 후보자수가 많았고 광역 및 기초단체장 후보들에 가려 지방의원 출마자들은 상당수 농촌지역을 제외하고는 이름조차 제대로 알리지 못한 채 선거일을 맞는 상황을 가져왔다.
관권개입 시비도 많이 나타났다. 현역 단체장들이 현역 신분을 유지한 채 출마, 공무원들의행정행위 대부분이 선거용으로 인식되면서 유세장에서 관권개입을 둘러싼 후보자간 공방이첨예하게 대립되기도 했다.
선거때마다 야당으로부터 선거개입 지탄을 받고 의혹을 불러 일으켰던 '자유총연맹''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관변단체의 선거운동이 거의 사라져 야당지역으로 변모한 지역의 특성을 반영했다.
노동계서 특정후보와 정당을 지지 선언하고 노동계후보가 대거 출마한 것도 이번 선거의 특징. 구미공단과 포항의 노동단체 등이 특정 후보와 정당지지를 공개선언하고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구미공단의 경우 한국노총 구미지부장인 김장수후보가 자민련 공천으로 무투표당선됐고 기초의원에 노동계 후보 6명이 출마하기도 했다.
씨족간 대결양상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영천의 경우 밀양박씨 오천정씨 김해김씨 등 문중대결이 격화돼 깊은 골을 남겼다. 경주지역도 내남·양북·안강 등지서 치열한 문중대결을 벌였으며 성주, 의성 등 도내 농촌지역 곳곳에서 씨족간 대결로 알력을 빚었다.
지역감정의 골이 더욱 깊게 패였다는 점도 이번 선거전의 한 양상. 현 정부출범이후 호남편중 인사 등으로 시작된 영·호남간 지역감정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욱 심해졌고 문경, 예천 등지서 후보별 출신지를 따지고 지역출신을 뽑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소지역주의까지 나타나 심각한 선거후유증이 예상된다.
이번 선거에서 위력을 발할 것으로 예상됐던 방송토론이 후보자들의 자질부족에다 패널리스트의 준비소홀 등이 겹쳐 한계를 드러냈다.
전·현직끼리 맞붙은 자치단체장 선거전은 자치단체가 안고 있는 부채가 쟁점이 되기도 했다. 현직 후보는 지역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기채가 필요했다고 해명했고 상대후보는 주민들의 허리를 휘게 하고 있다며 맹공격하기도 했다.
과거 선거전에 비해 실현불가능한 공약이 대폭 줄어 든 대신 인물론과 후보 개인의 성실성,정직성 등 자질론을 내세워 유권자들에게 파고드는 후보자도 상당수에 달해 선거풍토 개선에 일말의 희망을 갖게 했다.
선거전이 막판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금품 및 흑색유인물 살포 등 불·탈법의 고질적인 병폐가 되풀이 돼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등 선거사범이 무더기로 쏟아질 전망이다. 영천시장후보 운동원이 돈봉투를 돌리다 경찰에 입건되는 등 경북도내에서 현재 1백명 이상이 선거법위반으로 검경에 입건돼 조사중이다.
특히 일부 후보들은 상대 후보 깎아내리기에 혈안, 자신이 반사이익을 챙기겠다는 네거티브선거전략에 치중해 유권자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또 향우회, 동창회 등 각종 단체를 앞세운 선거브로커가 여전히 설쳤고 특정 후보의 연설이끝나면 자리를 뜨는 유세장 김빼기 등 구태도 재연됐다.
한편 지역 특성상 과거 선거때는 거의 맥을 추지 못하다시피 한 호남에 뿌리를 둔 국민회의후보가 다수 출마했고 영천시와 울진군에서는 선두권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등 선전한부문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중의 하나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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