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막내린 환란수사시

두달가까이 끌어온 외환위기 책임에 대한 검찰수사가 강경식(姜慶植)·김인호(金仁浩) 두전직 경제관료를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막을 내렸다.

전체적으론 감사원 외환특감 결과에 '사법적 해석'을 달아준 모양새에 불과하지만, 고의적 '실정(失政)'책임자를 사상초유로 형사처벌하고 불투명했던 외환위기 전개·대처과정의 사실관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규명한 점은 성과로 꼽히고 있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외환위기의 초래원인을 총체적 국가경쟁력 약화와 함께 당시 경제팀의 위기관리 능력 미비및 정책대응 실패라고 규정했다.

이런 맥락에서 외환원인의 전부로 보기 어렵다는 단서는 달았지만, 결국 강·김씨의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행위가 중대한 '환란'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이번 수사의 최종결론이다.즉, 강·김씨가 △지난해 10월29일 대통령에게 외환상황을 은폐·축소보고함으로써 외환위기 예방·수습기회를 잃게하고 △10월31일이후 5차례 한은·재경원 실무진의 외환위기 보고를 묵살, IMF행 확정시기를 늦춘 점등이 외환위기를 심화시킨 원인이라는 사실을 수사결과재확인한 것이다.

아울러 강씨의 경우 △기아사태 처리지연 △외환시장 개입·불개입 지시 번복에 따른 외환시장 마비 초래 △진도그룹등 특혜대출 압력, 김씨의 경우는 △해태그룹 특혜대출 압력등의직권남용 사실 또한 직·간접적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수사결과 이처럼 강·김씨가 외환위기 대처를 소홀히 하게된 이면에 '정치적 야망'등개인적 동기가 작용했다는 사실은 직무유기의 '고의성'을 여실히 입증해주는 대목이다.그러나 이번 수사는 지난해 11월19일 취임직후 IMF행을 번복, 외환사정을 악화시킨 임창렬전경제부총리와 당시 국정최고책임자인 김영삼전대통령에 대해 면밀한 조사와 책임추궁이뒤따르지 않은 점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김전대통령이 서면답변에서 임전부총리에게 취임전에 세차례에 걸쳐 IMF행을 지시했다 고 진술했음에도 한차례씩의 조사만으로 서둘러 수사를 매듭지은 것은 지나친 정치적 배려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임전부총리 책임문제에 대한 검찰의 결론은 간단히 말해 임전부총리가 취임전 IMF협의가진행중이라는 것외에 'IMF행 확정사실'은 몰랐고 특히 취임직후 김전대통령으로부터도IMF관련 사항을 정확히 통보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서 검찰은 김전대통령 서면답변이 강·김씨가 직접 답변서 작성과정에 관여하거나 이들이 제공한 재료를 토대로 작성됐다는 점에서 증거로서의 가치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김전대통령은 △지난해 10월30일∼11월6일 강·김씨로부터 외환위기를 보고받았고 △11월8일과 10일 각각 김씨와 강씨로부터 IMF지원 합의사실을 보고받았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수사결과 김전대통령이 외환위기와 IMF행을 보고받은 때는 11월10~12일 홍재형전부총리 전화통화나 윤진식전비서관 독대시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검찰은 강조했다.검찰 관계자는 김전대통령은 11월10일 홍전부총리로부터 보고받기전까지는 사실상 외환위기에 관해 '부지(부지)'의 상태였다 며 답변내용은 철저히 참모들의 작품이라고 밖에 볼수 없다 고 말했다.

그러나 △11월17일 대통령 집무실에서의 티타임과 11월19일 취임당시 상황에 대한 참석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11월19일 김전대통령이 임전부총리가 IMF지원 사실을 발표하지않아김용태 전비서실장에게 번복토록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전대통령이나 임전부총리를 추가조사하지 않은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미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로 사실관계가 확정된 상황에서 굳이 추가조사할 필요가 없다 고 해명하고 있으나 전직대통령이라는 신분과 지방선거를 고려, 서둘러 '면죄부'를 준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이에따라 이번 외환위기 수사는 감사원 수사의뢰 내용인 강·김씨 직무유기 부분에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보다 포괄적이고 궁극적인 책임까지 규명해내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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