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엔화가치 방어 공조 의미

미국이 최근 급락세를 계속해온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일본과 협조, 시장개입에 나서기로한 것은 엔화 하락을 방치할 경우 아시아에'제2의 금융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한국과 동남아 국가들의 금융위기가 이들 국가 화폐가치의 급격한 하락이라는'환란(換亂)'에서 초래된 점을 감안할 때 최근의 엔화 하락세는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 일본마저 엔화 불안을 막지 못하고 심각한 위기국면에 빠져든다면 세계경제 질서에 그야말로 불가측의 혼란이 초래될 것을 우려, 결국 일본정부와 협력해 엔화 가치를 떠받치기로 결정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와 관련, 경제참모들과 엔화 동향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16일 밤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일본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미·일 양국의 엔화공동방어 원칙에 합의했다.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은 이에 따라 17일 미뉴욕 연방준비은행에 20억달러의 자금을 동원,엔화를 사들이도록 긴급 지시한데 이어 "앞으로도 필요할 경우 공개시장개입을 지속해 나갈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92년 이후 6년만에 미국 정부가 이처럼 시장개입에 나섬에 따라 달러당 1백50엔대를향해 줄달음치던 엔화의 급락세는 일단 제동이 걸릴 것으로 국제금융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미·일 양국의 엔화 공동방어라는 원칙이 천명된 것만으로도 국제자본시장에 미치는 심리적효과가 지대하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그동안 엔화 하락세에 손을 놓고 있던 미국이 일본과 공동으로시장개입에 나서기로 한 것은 일본 정부로 부터 경제개혁에 관한 '응분의 조치'를 약속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17일 "나는 '공격적인' 금융개혁과 경제회복에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겠다는 하시모토 일총리의 언급에 매우 고무받았다"고 말해 미국측이 시장개입에 앞서 일본측으로부터 모종의 다짐을 받았음을 시사했다.

또 루빈 재무장관도 엔화 방어 조치를 발표하면서 "경제를 강화하려는 일본측 계획의 일환으로" 시장개입에 나설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소식통들은 이와 관련, 미국이 일본정부로 부터 △내수중심의 경기부양 △금융부문 개혁 △시장개방 확대 등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조치들을 다짐받았을 것으로 분석했다.미국은 그동안 "일본이 보다 과감한 경기부양과 시장개방 조치를 취해야 당면한 아시아 경제위기의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특히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국가들의 대일수출신장여부에 관심을 표명해왔다.

나아가 엔화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중국 정부도 대외경쟁력을 감안, 그동안 자제해온 위안화의 평가절하를 단행하는 등 아시아 각국이 경쟁적인 화폐가치 절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해 왔다.

(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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