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비둘기 대모

수성교 다리밑에는 수백 마리의 비둘기가 깃을 틀고 있다.

아침이나 저녁에 그 곳에 가보면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고 있는 63세 가량의 할머니를 만날수 있다.

그 할머니가 모이를 주면 수백 마리의 비둘기가 일시에 날아들어 부지런히 모이를 쪼아먹는다.

그 할머니는 아들로부터 한달 용돈으로 20만원을 받아 인근에 있는 대봉시장에 가서 옥수수가루와 밀알을 사고, 중국 식당을 다니면서 밥풀찌꺼기를 모아 비둘기를 기르고 있다. 비둘기를 사서 사육하는 것이 아니고 원래 수성교 다리밑에서 살고 있는 비둘기가 굶어 죽는 것을 보고 불쌍해서 모이를 구하여 준 것이 시초라고 하였다. 아들로부터 받은 매월 용돈 20만원을 다 사용하고도 모자라 근처에 있는 식당에 가서 먹다 남은 밥찌꺼기를 구해다가 먹이기도 했다.

비둘기는 참으로 영리하다고 한다. 할머니가 옷을 갈아입고 치장을 달리하여 나와도 비둘기들은 어김없이 그 할머니를 알아 본다는 것이다.

그 할머니가 비둘기에 모이를 주게 된 것이 벌써 2년이 지났다고 한다.

몸이 아파서 집에서 쉬고 싶어도 비둘기가 굶어 죽을까봐 걱정이 되어 아픈 몸을 이끌고 이곳으로 나오기도 하였다.

동물도 사람과 같이 자기의 생명을 영원히 누릴 자격을 갖고 있다.

미물(微物)이라고 함부로 살생해서는 안된다.

자연은 평등하게 자기생명이 다할 때까지 살아가야 할 권리가 있다. 이것이 바로 자연권성(自然權性)이란 것이다.

비둘기가 인간에게 있어 익조(益鳥)인지 해조(害鳥)인지는 잘 알수 없으나, 신천변에 서식하고 있는 하나의 자연물임에는 틀림없다.

그 할머니는 불교의 가르침인 대자대비사상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푸른 물이 흐르는 신천, 물고기가 뛰노는 신천, 새가 평화스럽게 나는 신천-이것은 대구시민의 소원이며 비단 나만의 소원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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