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열린 중국 닫힌 중국-돈을 향하여

요즘 중국사회의 유행어에 '이치에 썅 치엔 칸(一切向錢看) '이란 말이 있다. 정부의 개혁정책에 맞춰 미래를 향해 앞만 보자는 뜻의'일절향전간(一切向前看)'이란 구호에서 나온 말로돈전(錢)과 앞전(前)의 발음이 모두 '치엔'인 점에서 비롯된다.

급속한 경제개방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중국인들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목적은 바로 '돈벌기'. 대다수 중국인들이 돈버는데 혈안이 돼 있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부정부패가극심했던 국민당통치시절 유행어였던 '가난뱅이는 비웃을 수 있어도 창녀는 비웃을 수 없다(창녀에겐 돈이 있으므로)'던 말이 요즘 다시 부활한 것도 중국사회에 만연된 '돈 제일주의'를 잘 드러내준다.

원래 중국인은 돈에 대한 애착이 대단한 민족이다. 돈 많이 벌기를 기원하는 뜻의'공희발재(恭喜發財)'는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의 하나이다. 벼락부자가'재(財)'자가 쓰인 괘도를 옆으로 걸어놓고 '횡(橫)이 돼야 횡재(橫財)를 할 수 있다'며 소파에 가로로 누워있는 모습 등도 시사만화에서 종종 보게된다.

모든 것이 국가소유인 집체사회에서 억눌려 있었던 사유욕이 개혁·개방으로 되살아나면서믿을 것은 오직 돈뿐이라는 사고방식이 팽배해졌다. 중국속담에 '사람은 횡재가 없으면 부자가 되지 못하고, 말은 밤에 풀을 먹이지 않으면 살찌우지 못한다(人無橫財發, 馬無夜草不肥)'라는 말도 있듯 온갖 부당한 방법(밤에 풀을 먹이는)으로라도 돈벌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을 도처에서 보게된다.

한번은 허리가 아픈 친구를 따라 뼈전문 병원에 간 적이 있다. 아는 사람의 소개로 전화를하니 의사가 진찰권을 끊지말고 바로 자기를 찾아오라고 했다. 중국 병원에서는 매번 진료카드를 끊어야하는데 외국인은 중국인보다 5~6배 비싸다. 진찰권을 끊지않고 바로 의사에게오라는 경우는 의사가 치료비를 몽땅 자기주머니속으로 넣으려는 속셈때문이다. 나역시 그전에 삔 발목이 좋지않아 치료를 받았다. 두사람의 치료비로 1백위안(당시 한화 1만원)을 냈고 의사는 30분만에 한달월급의 10분의 1을 벌었다.

대학교수나 교사들도 가욋돈 벌기에 바쁘다. 특히 외국학생대상의 랭귀지 코스가 설치된 대학의 교수들은 본수업보다 과외교사로 더 열심을 낸다. 96~97년 당시 중국인 교수나 교사들로부터 중국어를 배운 외국인 학생들은 보통 1회당 50위안 이상씩 지불했다. 교수월급이 7백~8백위안인 것에 비해 거액이 아닐 수 없다.

대도시나 연안개방지구일수록 본래의 직장보다 제2직업(부업)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많고, 특히 의사·변호사·교사·공무원 등 대졸이상 고학력자들중에 많다.

중국 대도시의 호텔들 상당수는 몸파는 여성들에 의존해 영업하는 이른바 '이에화 따지우디엔(野花大酒店)'들이다. 베이징의 한 유명호텔에 투숙했던 한국의 한 신문기자는 새벽2시까지 30분꼴에 한번씩 여자가 필요하느냐라는 전화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매춘이 엄격히 금지되는 중국에서 이처럼 매춘이 횡행하는 것은 호텔 프런트와 경찰, 매춘여성이 먹이사슬로연결돼 있는데서 비롯된다. 매춘여성과 동침한 외국남성이 발각됐을경우 여권에 호색한 도장이 찍힌다고는 하나 실제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돈이면 못 막을 것이 없기때문이다.이같은 중국사회의 배금주의에 대해 양식있는 중국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원래 중국인은 못사는 것 자체는 두려워 하지 않으나 남보다 못사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때문에 일부 중국인들은 경제개방으로 빈부의 차가 커진 지금보다 차라리 모두가 가난했던 옛시절이 더 좋았다고 한숨을 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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