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IMF의 위력

퇴출이라는 생경스러운 단어가 우리의 시선을 묶어 놓는 요즈음 의사들에게 있어서도 정녕힘들고 불편한 시절임은 분명하다. 줄어드는 환자수와 열악한 진료수가 그리고 감당할 수없을 정도로 바뀌어가는 진료환경등. 세월의 한구석에 놓여서 세인들의 이목을 받지 못하고어려움을 고스란히 안고 가는 사람들. 많은 사람들은 이런말에 설마나 혹은 거짓말이겠지하는 것으로 지나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말은 오랫동안 개원생활을 유지해오던사람들에서부터 실지로 의욕과 활동이 왕성한 젊은 의사들에게까지 틀림이 없는 사실이다.한 해에 사천명이나 쏟아져 나오는 그 많은 사람들이 어디로 갈까? 과에 따라서는 올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사람 6~7명중에 한 명이 취직을 못했다거나 서울의 한 중소병원에서 모집한 과장자리에 80만원이라는 희망월급을 적어냈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의사라는 직업이 우리가 기억하는 그런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내용들이 좀더 구체적으로 되면서 직접 몸으로 느끼는 자기 전공과목에 이르면 힘든일도 점차 구체적이 된다. 처음 IMF가 오면서 성형외과는 직접적인 바람에 놓여지게 되었다. 알다시피 성형외과의 특성상 개원가에서 이루어지는 수술은 대개가 미용수술이고 또 그런 수술들이란 당장 하루가 급한것들이 아니다보면, 우선 순위랄 것도 없이 기억 저편으로밀려나게 된다. 모든 의료용품은 수입가가 올랐다고 가격이 배로 오르고, 수술하는 사람들은'이런 시절에'라며 내린 수술비를 또 내리려하고, 과거에는 선명했다던 방학특수라던가 하는것들은 미처 알기도 전에 지나가 버리고 오히려 불안한 직장생활의 위기감에서 엉뚱한 남성들의 상담만 가끔 눈에 띈다.

지나가는 이야기로 개원가의 원장들은 도를 닦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오지 않는 환자를 기다리다 지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속으로 침잠하라는 말일 것이다. 수입은 줄고 소득기준율은 오르고, 이러다가 많은 개원가의 원장들이 우화등선하면(의사라는 직업을 포기하고 딴일을 찾게 되면)아무런 속내를 모르는 후배들에게 자리가 좀 돌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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