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업농 퇴출 현실화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정부가 총력을 기울였던 농축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이 경제위기로 휘청거리고 있다. 정책에 맞춰 자신의 농장을 대규모화 하거나 기계화하느라 많은 지원자금(융자)을 끌어 썼던 상당수 '기업농"이 자금회수에 견디다 못해 쓰러지거나 퇴출위기를 맞고 있으며 이때문에 국가 기간 정책 자체가 위협 받고 있다. 포항 이모씨(43)는 6천만원을 대출해 소.사슴에 투자했다가 실패, 농협이 보증인 상대로 압류에 나설 예정이어서10여명의 이웃까지 위태롭게 됐다. 김천 김모씨는 방울토마토를 대량 재배했다가 경제 위기로 된서리를 맞아 논밭이 가압류되는 위기를 겪었고, ㄱ영농조합은 첨단 유리온실을 2천5백평이나 지었다가 생산품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에 봉착했다.

청도에서는 지역 특화사업으로 전통식품 가공공장이 7개나 섰으나 여러개가 어려움을 겪고있다. 양계농 이모씨(50)는 축산지원 자금 1억원과 농협대출 3억원 등을 투자해 돼지 1천5백마리를 키우고 있으나 값이 폭락, 하루 적자가 1백만원이나 된다고 했다.

영농법인들도 융자금을 못갚아 올해 의성에서 4건, 군위에서 5건이 압류 당했다. 의성축협에서 대출받은 대규모 양계.양돈농 4∼5개는 아예 부도가 났다. 군위축협 대출 축산농 3개도부도 나 압류조치가 진행 중이다.

성주 축산농 박모씨(42)는 94년도에 받은 3년 거치 1억원 및 5년 거치 젖소 경쟁력 사업비3천만원 등의 상환기가 올해 도래, 매년 1천4백만원의 원금과 이자를 물어야 하나 이자 조차 갚을 형편이 못된다고 했다. 보증 선 이웃 김씨(50)가 덩달아 잠을 못잔다. 92년도에 성장작목 시범 사업으로 7억1천만원을 융자 받은 김모씨(38)는 고추.토마토 값이 몇년간 하락하자 지금은 아예 포기상태. 또다른 김모씨(45)는 전업농 지원 사업비로 융자 받은 3년 거치사료기반 확충비 8천만원 이자 상환에만도 이제 더 이상 여력을 상실했다고 했다.이때문에 아예 부도를 내고 도망치는 사람도 적잖다. 칠곡 김모씨(44)는 축산발전기금 1억원으로 대규모 육계 사업을 하다 연초에 부도내고 잠적했다. 박모씨(41)도 8천만원을 빌려 양돈하다 사라졌다. 파산자가 읍면당 2명은 넘을 것이란 추계가 있다.

농축협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이들 융자금에 대해 상환 연기 조치가 되풀이됨으로써 위기현실화가 지연되고 있으나 올 가을 이후 자금 회수가 불가피해질 경우 보증과 맞물려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연말 농가 대란설"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정부는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까지 전국에 42조원을 투입하고있고, 경북도내에는 일반 농협자금 외에도 2조4천60억원의 각종 특별 자금이 융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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