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대러 외교정책 새로 짜야

한·러외교관계가 심상치 않다. 참사관 맞추방과 양국의 주재국 정보요원 동수(同數)조정으로 더이상 악화되지 않을것 같았으나 어제 오후 마닐라서 있은 양국 외무장관 회담결과는서로의 입장만 확인하는 결실없는 회담이 되고 말았다.

이날 외무장관회담은 그간의 껄끄러웠던 일을 마무리짓고 김대중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일정을 확정하려는 우리측의 의도는 처음부터 잘못된 계산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러시아측의분위기를 몰라도 한참 몰랐던 셈이다. 참사관추방에 대한 책임소재규명에 시간을 허비하고말았다. 추방건(件)에 대한 상호 유감표명과 양국의 관계악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지만, 추방문제의 근본원인규명과 처방에 우리측이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올수밖에 없었다.

우리측은 러시아가 외교관례에 어긋나는 조치를 한데 대해서만 불쾌한 반응을 보였지, 관계정상화를 위한 근본대책은 세우지 못했던 것이다.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느낌을 준다.사실 한반도를 에워싸고 있는 국제기류의 중심축은 미국과 일본·중국이지만 러시아의 영향력을 결코 과소평가 해선 안된다. 김대중대통령이 취임후 제일 먼저 미국을 방문한데 이어일본과 중국방문을 계획하고 있으며, 11월엔 러시아도 방문한다는 일정을 잡고 있는 이유도러시아의 존재가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러시아가 냉전종식이후 경제적 곤경에 처해있어 우리가 30억달러의 차관까지 제공한바 있다. 그러나 빚독촉에 급급한 나머지 현금환수대신 서둘러 무기구매쪽으로 정책을 바꾸는 바람에 미국과의 무기체계에 관한 마찰까지 빚은 바 있다. 4자회담에도 소외된 러시아는 이래저래 한국에 대해 진정한 파트너로서의 신뢰감에 상처를 입게 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외교통상부가 92년에 수교한 중국에 대해선 '콴시(關係)외교 프로젝트'를 만들어 차세대지도자 초청등 외교인맥관리를 해오면서, 이보다 앞서 수교(90년)한 러시아에 대해선 이렇다할공을 들이지 못해온 것이다. 러시아에 나가있는 우리 외교관들이 '변화하는 러시아를 너무몰랐다'고 하는 자성의 소리가 나올만한 것이다.

이제 외교통상부는 대(對)러시아관계의 근본문제부터 검토해야 할 계제를 맞았다. 가시적효과를 얻기위한 단기적 구상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외교전략을 세워야할 때다. 러시아는 아직도 강대국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의 자존심을 해치는 언동은 삼가해야하며두나라의 외교복원과 공동이익증진에 적극 노력해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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