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력채용 필기보다 실무 중시 경향

기업체가 인력을 채용할때 학력이나 필기시험보다 현장 실무능력이 중시되고 간단한 실기시험을 겸한 즉석 면접이 급속히 확산되는 등 채용 풍속도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이미 대기업들은 공채를 포기하고 즉시 현업에 뛰어들 수 있는 소수 실무인력만을 수시로채용하고 있으며 지역 중소업체들 역시 이같은 추세를 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학 졸업을 앞둔 도서관 붙박이족들의 취업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반면 실무에능하고 자격증을 겸비한 경력 실업자들은 인력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전기설비업체인 ㄴ사는 지난주 대구인력은행에서 면접을 통한 공개채용을 하면서 실제로 공사에 쓰이는 전기설계도면을 펼쳐놓고 실기시험을 치렀다. 이날 채용인원은 3명에 불과했으나 취업지망생 40여명이 몰렸다.

대구인력은행 관계자는 "대학에서 전기분야를 전공했더라도 실무경험이 없는 사람은 명함도내밀지 못했다"며 "취직한 뒤 일을 배운다는 것은 이제는 옛말"이라고 말했다.지역의 한 수출업체도 최근 무역실무를 맡을 사무직원을 채용하면서 외국에서 물품주문이들어오는 것을 가정해 응시자가 직접 영문 회신을 작성, 팩스로 보내는 시험을 쳤다.노동청에 구인을 의뢰하는 업체들의 채용조건도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관련분야 자격증 소지는 필수이고 실무경력을 최소 3년에서 심지어 7년 이상 요구하는 업체도 있다.올초만 해도 3~5명씩 한꺼번에 채용하는 지역 업체들이 상당수 있었으나 하반기 들어서는 1일 구인의뢰업체 40~50곳 가운데 2명 이상 채용을 원하는 업체는 10곳이 채 안된다. 이는채용 즉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정예 인력만을 선발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추세에 편승해 취업예비생들에게 실무를 교육하는 구직연수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기업체가 운영하는 직업훈련생 모집에 고학력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한국생산성본부가 전문대 및 대졸 신규실업자를 위한 영업.총무분야 실무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취업전문회사인 인턴사도 실무영어, 문서기획 등을 가르치는 구직연수과정을 마련, 지난달 중순부터 교육에 들어갔다.

또 삼성전자가 지난 6월 실시한 가전제품 수리원 직업훈련생 모집에 전문대졸 이상 고학력자가 대거 몰려 경쟁률이 11.6대1을 기록했으며, LG전자 직업훈련생 모집에서도 고학력 응시생이 30% 이상 차지했다. 지난해 이들 기업체의 직업훈련생 모집에서는 전체 응시생 가운데 고학력자 비중이 5%를 밑돌았다.

지역 모기업체 인사담당자는 "초보자를 채용할 경우 실무교육에만 6개월~1년 가량 걸리기때문에 경영 여건상 엄두조차 못낸다"며 "게다가 대량실직사태로 능력있는 취업지망생들이넘쳐나는데 굳이 초보자를 채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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