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활동 위축, 문학행사·교류의 정체. 올들어 향토문단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내는 말이다.
IMF한파로 문인들의 활동무대인 각종 문예지가 재정난으로 휴·폐간되거나 면축소, 원고료삭감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 작품발표의 장이 부쩍 줄었다. 그나마 대부분의 문예지들이 타산을 위해 소위 유명작가 위주로의 글을 실어 '창작활동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역 문인들은 일부 문예지와 기관지에의 작품발표로 그런대로 구색은 맞췄다는 평가다.문학·출판의 서울집중, 영상매체 선호추세속에 IMF 광풍에까지 휩싸였으나 지역에서 나오는 문예지 덕분에 그나마 숨통이 트였기 때문이다. 계간 '사람의 문학''시와 반시'등 문예지와 문협 대구지회의 기관지 '대구문학'이 꾸준히 지역문인들에게 활동무대를 제공했다. 서설시 동인이 동인지 9호를 냈고, 나래시조문학회는 98년 봄·여름호를 출간했다. 당초 '민중문학'을 표방해온 '사람의 문학'은 봄·여름호에서 신인급등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수용,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지역 대표적 문학전문지로 위상을 굳혔다는 평가다. 시와 반시도 '시와반시 신인상''강좌' 등을 통해 꾸준한 활동을 펴왔다. 대구문학은 봄호에서 상화특집, 여름호에서 6·70년대 신춘문예 동시인들을 소개하는 특집을 마련하는등 나름대로 지역문학 발전에 상당한 공헌을 하고있다.
시부문 경우 이태수·이기철·이하석·송재학·장옥관·구석본씨 등 중견시인들이 활발한작품발표를 했다. 이기철씨는 여덟번째 시집 '유리의 나날'을 낸데 이어 평론집 '인간주의의비평을 위하여'를 출간하는 등 돋보이는 활동을 폈다. 배창환·김용락씨 등 '대구민족문학회' 소속 시인 9명은 궁핍한 현실에 대응하는 희망의 언어를 강조한 공동시집 '메마른 일상에서 돌아와'를 내 지역문단에 신선한 자극제가 됐다.
소설의 경우 서울에 자리잡은 지역출신 중진작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진 반면, 지역을 무대로한 작가들의 활동은 다소 미진했다. 김원일씨가 장편소설 '사랑아, 길을 묻는다', 김주영씨가장편 '홍어', 이윤기씨가 '뿌리와 날개'를 냈고, 이문열씨의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이 21세기 문학상 작품집으로 나왔다. 일부 지역 소설가들은 나름대로 문예지 작품발표로체면을 세웠다.
그러나 창작의 양적부진이 작품의 질적저하를 가져오진 않았다는게 문단의 자평. 오히려 '환란의 시대'에 문인들이 담아야할 창작소재와 범위는 더욱 넓어져 오히려 호기라는 지적.시에선 80년대에 이어 다시 현실인식에 관심을 돌리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시인 이태수씨는 "'언어의 유희'와 '감정의 사치'를 발산하던데서 점차 현실을 바탕으로한 '엄숙주의'를추구하는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인 정대호씨는 "IMF여파가 대중의 삶에깊숙이 각인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작품생산이 기대된다"고 했다.
문학관련 행사의 축소도 문인들의 활동위축과 궤를 같이한다. 일부 단체들이 나름대로 알찬행사를 꾸며 그나마 분위기 쇄신을 꾀하고 있다. 문협 대구지회가 지난 3월 상화 관련 행사를 가진데 이어 오는 13일부터 일주일간 '제7회 대구문학제'를 갖는다. 또 문학모임 '글사랑'이 8일 경산에서 '제15회 야외 낭송회'를 갖는등 꾸준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구 '사림시사회'는 오는 15, 16일 전북 부안에서 '제2회 채석강문학제'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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