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은 8.15 광복 53주년 및 대한민국 정부수립 50주년을 맞아 영남대 통일문제연구소와 공동으로 민족의 최대과제인 통일문제에 대한 대구시민 의식조사를 실시했다.김대중정부 출범이후 햇볕정책으로 불리는 전향적인 대북정책과 금강산 관광 개방으로 상징되는 대북교류협력의 활성화조짐속에서 대구시민의 북한체제에 대한 이해, 정부의 통일정책과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평가, 통일환경에 대한 인식 등을 집중 조사했다.
서진리서치센터 주관으로 지난 7월 28일부터 8월 5일까지 9일간 진행된 이번 조사는 대구시에 거주하는 20~59세 남녀시민 5백명을 구(區)별 인구비례로 표본추출, 직접 면접조사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35.
〈편집자주〉
◆북한 체제에 대한 이해
대구시민들은 김일성 사후 김정일 북한체제가 상당히 불안정(70.2%)한 것으로 보고 있다.경제난도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무려 86.2%에 달했다. 그 이유는 사회주의 경제체제(45.8%), 지나친 군사비 지출(42.3%), 잘못된 경제정책(16.9%), 지도층의 부정부패(9.8%), 자연재해(3.9%)순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같은 정치.경제적 혼란에도 불구, 북한체제가 현상황을 유지(42%)하거나 계속 발전할 것(13.4%)으로 보는 전망이 조만간 붕괴할 것(31.6%)이라는 의견보다 많았다. 본사가4년전에 실시한 8.15 기념 통일의식조사에서 전체의 75%가 김정일체제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응답한 것과 대조적이다. 북한이 조만간 붕괴할 것이라는 의견은 20대(37%)가 가장 많았고, 현상황 유지는 30대(45.5%), 지금보다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은 50대(19.7%)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김정일 북한체제의 개방가능성에 대해서는 47.3%가 부분적인 개방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았고 38.5%는 현재 수준 유지, 7.5%는 개방이 후퇴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일성 사후 북한의변화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4년전 조사(개혁.개방 전망 68.3%)와 비교할때 북한의 대외노선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의 존재를 협력대상(46.9%)으로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고, 다음이 경계대상(35.1%), 지원대상(12.6%), 적대대상(1.2%)순이었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북한을 지원과 협력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59.5%나 된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42.8%가 남북통일을 위해북한의 체제붕괴가 일어나야 한다고 응답한 4년전 조사와 비교할 때 대구시민의 냉전적 사고방식이 많이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수인 41%가 보통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전쟁가능성이 크다는 부정적인 입장(36.9%)이 없다(21.7%)는 의견보다 높아 이상적으로는 북한을 지원과 협력대상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북한을 경계대상으로 삼고 있는 시민들의 의식을 엿볼수 있다.
◆정부의 통일정책과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평가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입장은 68.8%로 반대 의견(8.3%)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저 그렇다는 반응은 22.5%였다.
현정부에서 남북경협이 종전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85.6%로 우세했다. 그러나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14.2%)이라는 응답보다는 조금 나아질 것(71.4%)이라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2~3년내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약간 진전될 것(61.7%)이라는 반응이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28%)이라는 의견보다 많았다. 그러나 1~2년내 남북정상회담이 실현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다(40.6%)는 회의적인 반응이 우세했고, 22.1%가 높다, 37.1%가 보통이라고 응답했다.
남북한간 민간교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절대다수인 87.4%가 지지의사를 보였다. 최근에 일어난 북한의 군사도발에도 불구, 민간차원의 인적.경제적 교류협력을 계속해야한다는 의견(55.3%)이 반대 의견(19.9%)보다 많아 남북한간 교류협력과 군사적 돌발사건을 구분하는 경향이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할 사업분야는 경제협력 및 교류분야(32.1%)를가장 많이 들었고, 다음으로 이산가족 상봉 및 서신왕래(28.8%), 체육.문화.관광분야의 민간교류(16.6%)가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반면 군사적 대결해소(12.2%), 정치적 신뢰구축(9.5%)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아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비정치적.비군사적 분야에서부터 점진적 교류협력을 확대실시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구지역의 유망한 대북 경제교류협력 사업분야로는 주종산업인 섬유산업분야(62.5%)를 가장 많이 꼽았고, 그 다음이 건설업(11.4%), 농축산업(7.9%), 자동차부품산업(6.7%)순이었다.북한동포돕기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지지하는 의견(60.7%)이 많았다. 구체적으로 군사전용만 방지되면 지원해야 한다는 조건부 지원입장(40.8%)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이산가족상봉 등 반대급부가 있으면 지원해야 한다(13.6%), 무조건 지원해야한다(6.3%)는 지지입장을 보였다. 정부의 대북 쌀지원에 대해 73.3%가 절차상 문제와 남북한 관계 개선에 도움이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못마땅하다고 응답한 3년전 조사와 비교할 때 대북지원에 대한시민들의 의식이 많이 개방된 것으로 분석된다.
금강산 관광에 대해서는 48.9%가 관광신청할 생각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신청의사가 없다는반응은 26.4%에 불과했다. 가보고 싶은 북한지역은 금강산(47.9%)을 가장 많이 선호했고 그다음이 백두산(25.4%), 평양(17.6%)순이었다.
◆통일의 필요성과 통일환경에 대한 인식
대구시민들은 현재의 남북분단상황이 좋다(14%)고 생각하기 보다는 남북통일을 이뤄내야한다(86%)는 입장을 보여 통일에 대한 염원이 3년전(88.7%)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50대(91.8%)가 20대(81.5%)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통일이 필요한 이유는 한 민족이기 때문(44.4%)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한반도 평화(30.5%), 남북한의 경제적 발전(24.8%), 이산가족의 슬픔을 덜어주기 위해서(5.7%)였다.
그러나 통일 가능 시기는 10년 이내가 가장 많은 29.6%로 4년전(40.5%)보다 시일이 걸릴것으로 보는 사람이 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이내 27.4%, 30년 이후 8.1%였으며 모르겠다는 응답도 26.6%로 많은 편.
통일의 장애요인은 남북한간 이념.사상의 차이(48.3%)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다음으로 정치지도자들의 이해대립(25.4%), 주변강대국의 이해갈등(17.8%), 사회경제적 격차(8.3%), 남북한보수강경파들의 반대(7.5%)순이었다.
현재의 IMF체제가 통일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64.5%)으로 우려하는 사람이 별 영향이 없거나(29.6%) 좋은 영향을 미칠 것(5.9%)으로 보는 경우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유는 북한에 대한 지원능력 부족(31%), 통일을 생각할 심리적 여유가 없어서(17.8%),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16.3%)을 들어 IMF체제로 인해 통일을 성사시킬 수 있는 경제력의 약화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방안은 점진적 합의통일방식(73.6%)을 가장 선호했고 다음이 독일식 흡수통일(13.5%),연방제통일(6.4%)순이었다. 점진적 통일방식의 선호는 당장의 남북통일보다 남북한간 평화정착을 중시(78.9%)하는 태도에서도 잘 나타난다.
북한 방송 및 출판물의 개방에 대해서는 49.5%가 개방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불필요하다(7.9%)는 의견보다 훨씬 많았다. 보통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42.6%로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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