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서점을 하는 즐거움?

서점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덕담이 있다면 '다른 장사처럼 돈을 많이못 벌지는 모르지만 늘 많은 책속에 파묻혀 그 책들을 읽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직업이냐'는 말이다. 과연 그럴까?

얼마전 TV에서 조훈현국수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바둑을 즐기면서 돈도 많이 버는직업을 가졌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물었을 때 조국수의 말이 생각난다. '여가로 즐기는 바둑은 다르겠지만 직업으로서 두는 바둑은 큰 대국을 앞두고서는 바둑판을 보는 일이 마치 고문같다'는 고백을 들은 적이 있다. 직업으로서의 서점은 어떨까?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서점을 하면서 나는 한달에 한두권 정도의 책도 겨우 읽어본다. 변명같지만 서점을 운영하는 일이 늘 쫓기는 생활이기도 하지만 매일 입고되는 신간서적들을 제목과 목차등을 살펴보고 주제별로 분류하여 매장에 진열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책들을다본 것과 같은 엄청난 착각에 빠져 버리기가 십상이다. 결국 책의 늪에 갇혀 책과는 멀어져 버린 생활이 요즈음의 내 모습인데 책읽기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대신 겨우 얻은 다른 즐거움이라면 책을 사가는 고객들을 통해 얻게 되는 대리만족의 체험이다.

스스로는 책읽는 노력을 포기한 채 책더미에 갇혀서 마치 그 책들을 다 본 것같은 착각, 기껏해야 책을 읽는 고객들을 통해 얻는 대리만족의 기쁨, 직업으로서의 서점업 역시 자기직업에 만족할 수 없는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의 삶과 마찬가지로 삶의 미망에 갇혀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같은 착각과 자기만족에서 깨어나려는 과감한 결단과 노력이 늘 우리 삶에서 필요하다는 점이리라.권오국〈하늘북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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