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딸을 어이없이 먼저 떠나보내고 가슴맺힌 한을 삭이는데 7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딸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뭔가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딸 이름의 장학회 설립을 생각하게됐습니다"
유병갑 변호사(66·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는 고(故) 유현지(영세명·스텔라) 기념장학회 설립취지를 설명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수혜대상자는 딸이 공부했던 경북대 사회학과 재학생.어려운 가정형편에도 굴하지 않고 학업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들 가운데 매년 4명을 뽑아 등록금 전액에 해당하는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오는 26일 오전 11시 경북대 사회과학대학 소암시청각실에서 첫 장학금 수여식이 열릴 예정.
"장학재단이 완전히 갖춰진뒤 장학금 지급을 시작할까 생각도 했지만 미뤄서는 안되겠다고결심했습니다. 장학회가 지속될수 있도록 차츰 법적 절차를 밟아나갈 작정입니다"장학회 설립에 대해 유변호사 부부는 물론, 언니 경아씨(39)와 오빠 호열씨(37·동아일보 기자) 등 가족 모두 적극 찬성했다.
현지가 사고를 당한 92년 6월25일은 유변호사 가족 모두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악몽이었다. 도서관에 들러 자료를 찾고 집으로 돌아가던 현지는 경북대 동문 부근에서 중앙선을 넘어 인도로 뛰어든 차량에 치여 전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채 다른 세상으로 가버렸다."눈빛 한 번, 유언 한 마디라도 남기고 갔다면 이토록 원통하진 않았을 것입니다"이 사고 이후 경북대 법대동창회장, 경북대총동창회장, 계명대 재단감사, 언론중재위원, 경북지사 자문변호사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던 유변호사는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수년간 칩거에 들어갔다.
"시간이 흐르고 나니 이대로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딸이못다이룬 꿈을 아비가 대신 조금이라도 이뤄야지요"
유변호사는 지난달 10일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및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장으로 취임, 새삶을 시작했다.
〈石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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