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아교육 프로젝트 접근법

어린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 '유아들은 무능하고 백지여서 어른들이 뭔가를 지도하고그려 넣어야 된다'는 생각을 고집하지는 않는가. 어린 자녀들에게 물고기를 주기 보다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어떨까.

지난 4월 대구시 북구 관음동 한별유치원(원장 노순희·54) 유아들은 '예쁜 손님'을맞았다. 3층 원장 사택에 있던 강아지(솔비). 유아들은 살아 움직이는 동물에게 흥미와관심이 쏠리기 마련. 그날부터 솔비에 대한 관찰이 시작됐다. 유아들은 솔비의 생김새에대해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고 그림도 그렸다. 밖에서 기르는 개와 방안에서 기르는 개의다른 점도 토론했다. 강아지 한 마리로 관찰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과정.

그런데 어느 날 큰 사건이 터졌다. 솔비가 사라져 버린 것.

이때부터 솔비는 유아들에게 사회적 활동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유아들은 먼저 솔비가좋았을 때와 싫었을 때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러나 모두가 솔비를 보고 싶어했다. '솔비야돌아와'

솔비를 찾기로 했다. 한 유아는 광고를 그리자고 제안했다. '광고는 어디에 붙어야 할까''사람이 많은 곳' '백화점과 할인점이 좋겠다'

광고에는 솔비의 사진도 붙였다. 함께 거리를 다니며 솔비 얘기를 했고 백화점 등에 광고를직접 붙였다. 며칠 뒤 누군가 전화로 솔비를 찾았다고 연락해왔다. 그러나 그 강아지는솔비가 아니었다.

낙담과 실망. 그러나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의논을 했다.

'무엇이 잘못됐지' '솔비의 특징을 더 자세히 그려야 돼, 그리고 유치원 약도도 그려 넣자''그래 그렇게 하자'

한별유치원은 대경대학과 협력, 지난 4월 부터 두 달 동안 '강아지'와 '우산'을 주제로 한프로젝트 접근법을 활용한 학습을 했다.

한별유치원은 지난 21일 서울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유아교육자 세미나에 프로젝트접근법에 따른 어린이들의 사고 변화 과정을 기록한 자료를 전시했다.

노원장은 "강아지를 찾는 방법을 논의하고 시행 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이사고력과 사회성을 키울 수 있었다"고 했다.

프로젝트 접근법이란 이처럼 한가지 주제로 학습자들의 인지 발달 과정을 관찰하고 그변화에 맞게 학습과정을 바꿔 가는 교수법. 프로젝트 접근법 중 이탈리아 도시 레지오에밀리아의 유치원들이 활용하고 있는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은 훌륭한 지도이론으로손꼽히고 있다. 이 이론은 유아교육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의 열린교육에도 적용되고있으나 국내에선 아직 실험단계이다.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자들은 유아와 어린이들을 발달과 학습의 주체로서 교사의 적절한지원을 받으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 할 수 있는 존재로 보는 것이 특징. 따라서학습의 성과는 교사와 학습자 간의 긴밀한 관계가 있을 때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교사-학습자-부모 3자간의 친밀한 관계가 중요하다.

대경대학 유아교육과 이순종교수(48·여)는 "그동안 유치원은 무용, 읽기, 쓰기 등 많은것을 가르쳐 주려는 교사 주도적 교육을 해왔다"며 "프로젝트 접근법은 깊이 사고하고관찰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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