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는 콩가루도시가 아니다

대구시의 2001년 하계 U(유니버시아드)대회 포기선언에 대해 대구시가 판단하고 있는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세갈래로 나눠지고 있는 것 같다.

첫째, 경위야 어쨌든 기대를 갖고 준비해 오던 세계대회를 스스로 내놓게 된 것은 아쉽고 애석하다는 여론과 둘째는 나라 형편이나 대구시 재정과 지역경제 사정을 감안할 때 현실적 으로 개최가 불가능한 세계대회라면 일찌감치 포기하고 뒷날을 기약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 감있는 결단이란 평가, 그리고 먹고 살기도 바쁜 세상에 U대회가 개최되든 말든 관심 둘 여 유도 없다는 일부 시민들의 냉담이다. 시민 여론을 그런 갈래로만 나눠놓고 본다면 대구시 나 시민들로서는 실리를 따질 때 크게 잃은 것도 없는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이번 U대회 포기는 국제대회 유치를 통한 간접적 도시개발 이익을 놓쳤다는 물질적 이해보다 자신감 상실과 내분 등 훨씬 더 크고 중요한 정신적인 것들을 잃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임명제 시장도 아닌 민선 시장과 2백50만 시민을 배경에 둔 광역자치 단체가 중앙정부의 일방적 포기권유앞에 쉽게 무릎을 꺾고 서둘러'개최불가'의 항복선언 을 따라한 것은'언제부터 대구가 이렇게 뚝심없이 허약해졌느냐'는 자괴감을 곱씹게 한 일이었다.

대구시는 정부쪽에서 사실상의 지원불가를 통보해왔을때 자신감없이 '포기선언'을 할 것 이 아니라'국민정부가 U대회 유치를 위해 국비지원을 해주기 어렵다는데 이대로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국고지원을 위해 2백50만 시민과 함께 정부측과 예산투쟁을 해볼 것인가'를 시민들에게 일단 한번 물었어야 했다. 정부측의 포기권유 논리는 국고지원을 하기 어려운 국가 재정상황과 취약해진 대구시 재정규모가 핵심이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구시는 96년 당초 대회 유치신청때 국비지원을 무려 2천3백50억원으로 건의했었다가 IMF가 닥치자 지난 7월11일'검소한 U대회'라도 개최하겠다며 5백30억원만 요구했었다. 당초 지원요구액 의 약 5분의 1수준이었다. 그럼에도 국민정부는 5백30억만 지원하면 대회를 치르겠다고 한 대구시의 호소에도'포기'하라고 통보해왔다. 정말 국고가 바닥날 지경이라면 세계대회 유 치약속 파기로 인한 국제 사회에서의 신용훼손이나 대구시민의 체면과 자존심 깨지는 것쯤 은 어쩔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의 국고씀씀이를 보면 어딘가 이치가 안 맞는 구석이 빤히 보인다는 사 실이다. 대구 U대회 포기통보(21일)가 된후 닷새뒤에 대통령은 고향 목포에 내려가 서해안 고속도로를 '최대한 예산을 투입, 조기완공'해 주겠다고 약속했었다. 조기완공구역 2백㎞ 를 앞당겨서 완공하려면 고속도로 건설비기준(1㎞당 2백 5억원 -지방-)으로 볼때 약 1조원 이상이 조기 집행돼야 한다. 대통령 고향쪽 지방 고속도로 조기 건설에는 1조원씩 당겨쓸 돈이 있어도 선거때 표 적게 나온 도시의 세계대회 유치에는 단돈 5백억원 지원도 어렵다면 할 말이 없다.

상황은 그렇게 돌고 있는데 대구시 의회는 외화벌이차 지역경제인들을 이끌고 외지에 나가 뛰고있는 시장이 돌아오는대로 '사과'안하면 혼내겠다며 벼르고 있다는 보도다. 콩가루 집안이 되면 되고 있던 일도 안된다.

생각도 뭉치고 행동도 뭉치자. U대회 하나 포기하게 됐다고 예산투쟁은 고사하고 콩가루 집 안처럼 식구끼리 싸우고 갈라서는 식의 꼴을 보여서야 말이 되는가. 지나간 전후 사정은 어 쨌든 이왕 민선시장으로 뽑아준 이상 일단 뭉친 마음으로 밀어주고 때로는 과오도 덮어줘가 며 북돋아 주는 게 옳다. 그래야 시민힘을 믿고 중앙정부와 맞서 순리를 지켜내고 버틸 용 기를 가질 것 아닌가. 서로서로 그런 성숙된 모습으로 대구가 콩가루도시 같이 저들끼리 싸 우고 훅 불면 날아가는 만만한 도시가 아님을 보여주자. 문시장도 겸허하면서도 강한 소신 을 찾고 대구를 찰흙처럼 뭉쳐내는 응집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김정길(비상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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