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 취업자를 포함한 실제 실업자가 2백40만명을 넘어서고 있으나 정부의 각종 실업대책은 여전히 걸음마단계에 머물고 있다. 숫자채우기에 급급한 고용촉진훈련 탓에 취업의사도없는 주부들이 대거 공짜 교육을 받는가 하면 은행의 고압적인 문턱을 넘지못한 실직자들에게 대부사업은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
정효현씨(41.대구시 달서구 월성동)는 지금도 은행에서 번번히 퇴짜맞은 생각을 하면 분통이터진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실시하는 '실업자 힘내라 대부' 소식을 듣고 장사라도 해 볼 생각에 생업자금 3천만원을 빌리려고 했다. 그러나 정씨의 바람은 은행 문턱을 넘자마자 '야무진 꿈'으로 바뀌었다. 근로복지공단 심사만 통과하면 당장이라도 돈을 빌릴 수 있을 것으로생각했으나 은행측은 확실한 담보를 요구했다. 땅도 안되고 집만, 그것도 1순위 담보로 설정될 수 있을 경우에만 돈을 빌려줄 수 있다고 했다.
"지적도를 가져와라, 도시계획확인서를 떼와라며 10여차례나 오라가라 하더니 결국 돈을 빌려줄 수 없다는 겁니다. 10년 넘게 거래한 은행이고 단 한차례도 불량거래 실적이 없는데도담보가 부실해 대출이 불가능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결국 힘없는 실업자들 골탕먹이고 정부는 생색만 내는 것 아닙니까"
근로복지공단 대구지역본부의 경우 지난 4월 15일 대부사업을 시작한 뒤 심사를 통과한 대부 적격자 1천6백64명 가운데 은행에서 돈을 빌린 실직자는 7백88명에 불과하다.대구 모요리학원 고용촉진훈련반에서 제빵기술을 배우고 있는 한용덕씨(30.가명)는 요즘 같은 반 주부 수강생들을 보고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정원의 절반이 넘는 주부 수강생가운데 상당수가 취업할 생각도 없으면서 공짜 교육의 혜택을 누리고 있기 때문. 심지어 어떤 주부는 "기술 배워서 아이들 간식이라도 만들어주면 좋잖느냐"고 말한다.
"한달 전에 배운 과정을 고용촉진훈련을 통해 다시 배우는 사람도 있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고급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있어요. 자가용 타고 다니면서 훈련수당, 가족수당, 교통비까지받아가는 걸 보면 과연 누구를 위한 실업대책인지 의심스럽습니다"
대구시 관계자는 "생활보호대상자나 실직자들로 교육예상인원을 채우지 못할 경우 일반 주부들도 교육대상에 포함시킨다"며 "어차피 국비지원이 80% 나오는데 지역에서 가급적 많은사람들이 훈련받으면 좋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달 남편이 실직한 뒤 어린이집에서 일하고 있는 주부 조모씨(48.대구시 달서구 본동)는얼마전 국민연금관리공단을 찾아갔다가 실망감만 안고 돌아서야 했다. 돈 한푼이 아쉬운 때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불입하던 국민연금이라도 받아 요긴하게 쓸 생각이었지만 공단측은 "실직 후 1년이 지나야 중도해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한데 법조항만 들먹이면 서민들은 어떻게 살란 말입니까. 1년 이내에 재취업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동안 생계는 누가 책임집니까"
국민연금관리공단 대구지사 관계자는 "실직당했다고 당장 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국민연금의본래 목적에 어긋난다"며 "내부 규정이 아니라 국민연금법에 의해 제한돼 있어 개선은 힘들다"고 말했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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