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 데스크-대통령의 결단

'DJ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

국내외적으로 위기의식이 팽배하면서 대통령이 국정의 큰 부분, 특히 경제 관련 분야등에대해 확고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대통령의목소리가 더 강하게 어필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9월은 대전환의 시기

9월은 전세계적 경기 후퇴의 파급효과로 우리나라도 경제적으로 악순환이든 선순환이든 대전환의 기로에 접어들 것 같다. 정치적으로도 불안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이회창 체제로 출범하자마자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 집권당과 일전불사를 외치고 있다. 1일 임시국회는 야당의 본회의 불참으로 파행을 면치 못했다.

같은 1일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가 지향하는 경제 철학과 국가 발전 전략등을 제시한 책자 '국민과 함께 내일을 연다'가 발간됐다. 이 책자는 김대통령의 지론인 '민주주의와시장경제의 병행발전론'에 근거해 현 경제 위기가 어디서 비롯됐고 또 앞으로의 대응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등 이른바 '디이제이노믹스'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데 주안점을 두고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 정세는 이론이나 원론적인 부분을 외고 있을만큼 그렇게 한가하지 않은 것 같다.

◆경제·정치 총체적 혼란

1일 미국의 주식시장이 폭락세를 멈추긴 했지만 세계의 경제 전망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없을 정도로 시계 제로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20년대 대공황의 악몽이 재연되지않을까 불안해하고있다.

독일 굴지의 은행 중 하나인 도이체 방크의 경제연구 전문기구인 '디비 리서치'의 책임자피터 코넬리우스는 "세계 경제의 33%가 이미 경기침체에 들어가 있다"고 우울한 진단을 내리고 있다. 아시아의 경제 위기에다 일본은행들의 비틀거림, 러시아의 외채상환 중단과 루블화 폭락, 그리고 라틴아메리카에서의 저성장은 전조곡에 불과하다.

난공불락처럼 여겨지던 미국 경제도 균열의 조짐이 나타나고 유럽도 불안정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다 이달들어 중국의 1인자인 장쩌민 국가주석이 위안화 평가 절하 가능성을시사하는 발언을 해 폭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방쪽 경제 분석가들은 위안화의 절하에도 미국·유럽쪽은 영향을 소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기도 하나 직접 영향권에 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권에서는 그 파급 강도가 엄청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강력한 리더십 발휘를

이런 상황에서 김대통령은 최근 대통령이 너무 뒷전에 머물러 있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는일각의 지적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국내외적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있다. 최근까지 누란의 경제 위기 국면 속에서도 경제 각 부처의 장들은 주요 정책 사안을두고 방향을 달리한다는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런 중에 실업자가 2백만명을 넘는등 경기의 바닥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때 부처 장관들의 말만 들리고 대통령은 한 발 물러나 있다면 국민대통합의 목소리가 국민에게 깊이 각인될 수 있을까.강력한 희망의 메시지가 국민에게 전달되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김대통령은 정책 결정의 책임을 더 분명히 떠안을 필요가 있으며 때론 거센 비난과 반발도 기꺼이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은 대통령으로서의 개인적 인기나 합리주의자로서의 면모 훼손등에 연연해서는 안될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도 임기 초기에는 인기가 엄청났으나 그 결말은 어떠했는가. 김대통령은 '국난'에 대통령을 맡은 지도자로서 '위기 극복의 결단'을 온 몸으로 밀고 나가야하지 않을까. 물론 독단이 아니라 대통령의 권위에 상응하는 책임있는 리더십을 발휘하라는이야기다. 김영삼 대통령 밑의 경제 관료들이 어디 머리가 덜 우수해 환란을 자초했는가. 김대중 대통령이 이전 정권과의 차별성을 확고히 할 수 있는 것은 세계 경제의 위기로 요동치고 있는 앞으로의 몇달이 될 것이다.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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