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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고인민회의 결산 김정일 군부통치 체제 제도화

북한이 6일 끝난 최고인민회의 제10기 1차회의에서 사회주의헌법을 개정, 주석제를 폐지하고 김정일(金正日)당총비서를 국방위원장에 재추대, '김정일체제'를 공식출범시켰다.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추대사를 통해"국방위원장은 나라의 정치, 군사,경제역량의 총체를 통솔지휘하는 국가의 최고직책이며 조국의 영예와 민족의 존엄을 상징하고 대표하는 성스러운 직책"으로 규정, 사실상 '국가수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국방위원장을 국가의 최고수반으로 하는 북한의 권력구조는 '군부통치'의 색채가 강하다. 과거 일체의 무력통솔지휘자였던 국방위원장이 국가의 정치·군사·경제역량을 총괄하는 비상체제라는 것이다. 이는 김일성(金日成)사망이후 위기관리체제로 지속돼오던 군부통치체제가제도화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의 이같은 군부통치성격은 최고인민회의 개최를 앞두고 당기관지인 노동신문 등을 통해"나라는 작아도 사상과 총대(군부)가 강하면 세계적인 강대한 나라가 될 수 있다"며 '강성대국'구호를 내세워온 것과도 맥이 통한다. 또 북한이 연일 보도를 통해 "인공위성 발사는 강성대국의 첫 포성으로 인민에게 백배, 천배의 신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확인되지 않고있는 인공위성발사 선전에 나서는 것도 이같은 군부통치의 성격을 더욱 짙게 하고있다.북한이 최고인민회의 개최에 앞서 주석추대분위기를 고조시켜 놓고 주석직 폐지라는 '깜짝쇼'를 벌인 것에 대해서는 사회주의헌법 개정을 통해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으로 예우하겠다는 명분과 달리 권력관리와 대외적 부담을 회피하려는 김정일의 고심이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신 김정일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를 신설, 외교사절 접견 등 국가수반의 외교적 업무를 분담토록 했으며 정무원을 내각체제로 통폐합하는 등 권력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또 개정된 북한헌법은 내각총리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를 대표한다고 규정, 대외적인 정부수반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주석단 소개에서 김 국방위원장 바로 다음에 호명,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위상을 짐작케 했다. 72년 사회주의 헌법 제정 이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었던 김두봉, 최용건 등이 대외적으로 '국가원수' 역할을 담당했던 과거 권력구조를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전현준 민족통일연구원 북한정치군사실장은 지도기관의 인선에 대해 전반적으로 노장청(老壯靑) 배합원칙에 따라 혁명원로는 예우차원에서 명예직에 배치하는 한편 과거 정무원의 부부장급들이 새로이 개편된 내각의 상(相)급으로 승진하는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30년 가까이 제 2인자로 활동했고 지난 93년 국방위원장 취임으로 실질적 통치자 역할을 해온 만큼 지금 시점에서 파격적인 물갈이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견해이다.

이번 선거에서 언급되지 않은 인민무력부장은 최고인민회의 선거 대상이 아니어서 발표되지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최고인민회의 개막에 앞서 열렸을 것으로 확실시되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이미 결정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김정일체제가 공식 출범함에 따라 남북관계도 변화가 뒤따를 전망이다. 북한은 남북관계와관련된 기구도 대폭적으로 개편했다. 그동안 남북관계를 사실상 총괄해온 정무원대외경제위원회를 폐지하고 무역성'을 만들었고 최고인민회의 산하 통일정책위원회도 폐지됐다. 이같은 북한의 체제개편을 감안해보면 앞으로의 남북관계는 당분간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북한체제의 군사적인 성격 강화로 오히려 남북간의 긴장도가높아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빠르면 9~10월중 남북당국간 회담이 가능하리라는 정부당국의 기대는 희망사항일 뿐이라는얘기다.

그러나 정부당국자는 북한이 김정일체제를 공식 출범시킨만큼 우선은 정경분리에 따른 민간교류를 강화하겠지만 당국간회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있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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