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좋은 선생님

지난해말 외환위기로 어수선한 가운데 연수를 받느라 청주의 교원대학에서 달반가량을 지낸적이 있다. 학생시절로 되돌아가 강의실과 기숙사를 오가며 신선한 충전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느날 유치원의 주임교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학부모들에게 신학기 교육비 통지서를 보내야하는데 지역 원장회의에서 결정된 금액이 아무래도 학부모들에게 부담이 될것 같아 우리유치원에서는 교육비를 작년수준으로 낮추고 교사봉급도 올려받지 않기로 의논이 됐다고 했다. 교육비 동결공문이 시달되기 훨씬 전이었다.

중고등학교에서, 전문대학에서 많은 선생님들과 더불어 지내왔지만 학부모 부담을 덜어주기위해 스스로 봉급을 적게 받겠다고 하는 교사를 여태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의 순수한 마음에 감동됐다. 사재를 털어서라도 봉급을 올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만큼….

그뿐이랴. 아이들이 뛰어가다 넘어져 무릎에 피라도 날라치면 교사들 눈에 먼저 눈물이 고이니 아이들이 오히려 괜찮다며 근심어린 눈으로 선생님 얼굴을 쳐다보곤 한다.요즘처럼 고액과외문제로 신문과 TV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교사들이나 돈에 매수된 교수들의 작태를 볼때면 정말 순수하게 교직을 지키고 있는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짙어진다. 지난 스승의 날에도 대다수 유치원 교사들은 원아들이 가져온 손수건 한장마저감사편지와 함께 되돌려주었다. 선물의 다소에 관계없이 손수건에서 촌지로 욕심이 커져갈수 있으므로 아예 작은것부터 차단하기로 교사회의에서 자발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이런 교사들의 순수한 마음과 아이들의 초롱한 눈망울이 있는한 IMF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우리사회의 밝은 내일을 막는 장애물이 될 수가 없을 것이다.

〈예나유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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