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토(佛國土)'를 꿈꾸었던 신라인들의 이상향 경주 불국사에서 천년동안 잠자고 있던 소리가 다시 울려퍼진다.
불국사는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기간중인 26일 오후 7시 대웅전 앞뜰에서 주한외교사절과 종단 지도자, 정.관계 및 문화예술계 귀빈을 초청한 가운데 '김영동(金永東)의 천년의 소리여행'을 펼친다.
제1부는 석가모니가 설법하던 광경을 음악으로 재현해놓은 '영산회상'을 시작으로 '초원', '귀소', '메아리', '산행' 등 김영동 작곡의 명상음악으로 꾸며진다.
지난 5월부터 전국의 유명 사찰들을 돌며 개최해온 '김영동의 산중음악회' 프로그램과 유사하며 이 가운데 '메아리', '바람의 소리', '역사의 강' 등은 이날 무대를 위해 새로 지었다.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스님들의 예불의식을 무대화한 제2부.
법고.운판.목어.범종 등 사물이 중생들을 깨우면서 대금 독주가 시작되면 수제천 연주와 함께 스님들이 기러기 모양으로 줄을 지어 대웅전으로 입장한다.
소금 연주를 배경으로 스님들이 지심귀명례를 독경한 뒤 참선하는 모습이 창작무용으로 형상화되고 승무가 이어진다. 그 다음 30여명의 불국사 스님들이 일제히 목탁을 두들기면서반야심경을 염송하고 출연진과 스님, 관객이 함께 어우러져 자하문을 지나 청운교 백운교를내려와 퇴장한다.
그동안 청운교 앞에서 공연이 펼쳐진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대웅전 앞뜰에서 이처럼 대형공연이 펼쳐지는 것은 이례적. 통행이 금지돼 있던 청운교 백운교도 모처럼 개방된다. 그러나 당초 석굴암과의 이원공연으로 만들려던 계획은 예산 문제로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불국사 성타 주지는 "지금까지 부처님을 위해 예불을 드렸다면 이날만큼은 관객모두를 부처로 여기고 '소리 공양'을 펼치는 셈"이라며 "이 공연을 격년제로 열리는 신라문화제와 세계문화엑스포의 상설무대로 꾸며 불국사를 역사 속의 문화유산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영동 시립국악관현악단장이 88년 송광사의 예불의식을 음반에 담은 적이 있지만 이처럼스님들이 직접 무대를 꾸며 시청각적 무대를 통해 보여주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미국을 비롯한 세계무대로도 진출할 예정이며 공연실황을 음반으로 만들 것도 검토중이다.
김단장은 "서양의 그레고리오 성가는 음악의 한 장르로 인정하면서 정작 우리의 불교의식에담긴 사물 소리나 염불의 음악성은 무시하려 든다"고 꼬집은 뒤 "동양적인 단순한 파장이얼마나 깊고 오랜 감동을 주는지 모든 관객이 실감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의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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