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청구수사와 검찰의 용기

대구지검이 개청이래 단일 사건으로 최장 수사기록을 눈앞에 둔 청구비리수사의 마무리를제대로 못해 곤혹스런 모습이다.

당초 우려했던 정치바람이 수사 종반부에 밀어 닥쳐 본의 아니게 두 얼굴을 해야하는 검찰의 고통스런 모습을 보면서 긴 세월 열망해온 검찰 위상정립이 아직 멀리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사정 덤터기에 짓눌려 지칠대로 지친 검찰이 청구 수사에서 또다시 구설수에 휘말려 안쓰러운 느낌마저 든다.

청구수사는 개시 당시 어떤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예상이 분분했다는 것을 이제 와서 재론할 필요는 없으나 결과를 놓고 볼때 지금까지 수사성과는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검찰은 막바지에 접어들어 몇몇 악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정치권이 개입할 여지를 너무 크게 남겼다는 점이다. 당시 검찰의 발표는 청구비리에 연루된 정치인이 여럿 있으나 대가성이 드러나지 않아 사법처리는 어려울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발표 직후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정치권에서 마구 뛰어들어 여기저기서 사실무근의 발표가 잇따라 터져나왔다. 며칠새 청구비리 연루 정치인이 수십명으로 불어나고 검찰 수사를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듯한 거물(?)이 곳곳에서 출현, 검찰을 난감하게 만들었다.이들의 작태를 지켜본 검찰도 할말이 많은 것 같다. 상대가 유명인사거나 고위층이어서 정면으로 맞서기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또 바람맞이 행정기관으로 뒤끝이 두려워 할말을접어야하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개는 상대 정치인들이 막무가내가 체질화돼웬만한 충격으로 치유가 안돼 아예 포기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지금이라도 검찰이 수사권 독립을 보장받으려면 제일 먼저 정치권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수사상 문제가 되는 유언비어를 날조.배포하는 사람을 철저히 가려내 엄단해야한다. 수사방해 행위가 용인되는 상황 아래서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기대하기란 무리다.대구지검이 이번 청구수사와 관련 제멋대로 발설한 수사방해 혐의자를 찾아낸다면 족히 수십명은 될 것이다. 차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고위 공직자들의 검찰 수사 개입도 규탄받아야 한다. 이는 곧 직권을 이용, 수사를 맡은 검찰이 내 취향에 맞도록 수사를 유도하는행위로 곧 표적수사로 이어져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젠 정부에서도 정치인 검찰 수사 관여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될 것 같다.

한편 이번 청구 수사에서 검찰은 돈 준 측, 다시 말해 청구측 수사는 어느 정도 깔끔하게마무리한 반면 돈 받은 공직사 수사에선 오버페이스한 느낌을 줘 그 반작용이 만만치 않다.이번에 수뢰혐의로 거명된 공직자 가운데 구속된 사람은 전 철도청 간부 2명. 소환만 됐다가 돌아간 공직자중 일부는 범죄 사실에 비해 대가가 너무 무거운 것 같다며 불만이다. 또일부는 굳이 구속되지 않은 범죄라면 공개해서 준죄인 취급을 받도록 한 것은 너무 심했다는 주장이다.

상대가 정치인이든 공직자든 소환을 남용, 만에 하나 길들이기 소환이라는 비난을 받을까두렵다.

또 일부에서 과연 검찰 자체 소환인지 아니면 외부 입김에 의한 타율적 소환인지에 대해서도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마지막으로 형집행정지 해제로 구속된 청와대 전 경제수석 홍인길씨에 대한 수사도 좀 석연치 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2차례에 걸친 소환에다 이례적으로 기소가 늦어지는 이유는 검찰의 집념 때문인지 수사력한계인지는 모르겠으나 수사 장기화는 잡음이 개입될 소지가 크다.

검찰의 전신으로 신라시대 사정(司正), 고려.조선시대 사헌(司憲), 사찰(司察)부가 있었다. 이기관에 소속된 관리중엔 임금의 비행을 캐내지 못해 문책당했다는 기록도 있다. 검찰의 위상정립은 구성원의 용기 있는 행동에서 찾는 것이 가장 빠른 수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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