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투시경-일요일밤 대비되는 두 프로

TV방송에서 진지한 삶의 이야기나 기획 다큐멘터리물이 설 자리가 없다. 시청률 지상주의가 선정성을 담은 오락물과 멜로물 양산을 부추기고 있다. 방송사들이 프로그램 내용을 앞당기거나 방송 시간대를 변경하고, 아예 조기종료시키는 현상을 빚는 것도 시청률을 의식한때문. 이런 가운데 KBS2TV의 '정범구의 세상읽기'(일요일 밤 11시15분)와 SBS의 '주병진데이트라인'(토·일요일밤 10시50분)이 양 극단에서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정범구의 세상읽기'가 시청률 지상주의속에서도 진지하고, 차분하게 진행되는 돋보이는 시사 대담프로라면, '주병진 데이트라인'은 시청률 확보에만 부응하는 오락물. 두 프로가 비슷한 진행형식을 띠고 있지만, 담아내는 소재나 내용은 천양지차다.

'정범구의 세상읽기'는 진솔한 삶, 통일을 향한 담론, 문학적 태도 등 사회·정치·문화 등각 분야에서 시사성있는 소재를 진지하게 풀어낸다. 진행방식이 단순하면서도 핵심을 담아내는 질문과 논리적이고 명쾌한 이야기 전개, 내용의 대중성 등으로 인해 관심을 모은다. 특히 시청자들에게 삶의 방향과 가치관, 세계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의 계기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 13일엔 '노동자 시인' 박노해씨를 초대, 그의 삶과 가치관, 사회인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동안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 탤런트 김혜자씨, 강문규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장 등을 초대, 통일의 방향·경제난국 타개·개혁의 진로 등 현 사회의 모순을파헤쳐 대안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반면 '주병진 데이트라인'은 선정성과 가벼움만을 추구, '정범구의 세상읽기'와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의 경우 '국민이 뽑은 뉴스'코너에서는 '가스폭발' '성별 염색체식별' '초등생 손가락 절단' 등 선정적 뉴스를 골라내 '희화화'시키는데 골몰했다. '소녀가장 성추행사건'을 '기획취재'로 내세워 피해자의 증언과 피해사례를 보여주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또 "복권을 장난삼아 사며 삶의 의미를 느끼는 것도 괜찮겠다" "수동적인 방식의 성행위가 요통을 줄게 한다" "허리가 아프지 않게 고스톱을 치려면" 등 출연자와 진행자가 즉흥적인 대사를 연발했다. '시사·교양'적 요소는 사라지고, 성·폭력·충격적 소재 등을 소재로한 감각적이고 선정적인 내용만 내세워 시청률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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