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객석에서-극단 처용의 '햄릿'

오늘날 세계의 많은 연극들이 희곡의 문학적인 측면보다는 연극의 창조성, 즉 연출성을 강조하면서 원작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다양한 공연의 형태로 관객에게 다가선다.이러한 연출성은 연극의 실험적인 면을 강조하면서 시대 상황과 관점, 배우의 연기술, 무대공간의 변화, 무대 장치, 영상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 오늘 현재의연극으로서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우리에게 낯선 환경연극도 실험성을 강조한 연극이다. 60, 70년대 미국 뉴욕에서 리차드 쉐크너에 의해 시도되었는데 그는 대본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통해 고정된 극장 건축이갖고 있는 무대와 객석의 구분을 없앴다. 각각의 장면마다 그 자체의 공간 환경을 만들어서관객을 참여자로, 관찰자로 만들면서 환경적인 상황속에서 원시 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연극을 만들었다.

극단 처용이 14~16일 대덕문화전당 광장에서 공연한 환경연극 셰익스피어작 '햄릿'(연출 이상원.대구과학대 교수)은 기존의 연극적 관습에서 벗어나 연극의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준연출의 창조성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이번 공연에서 무대는 대덕문화전당 광장과 사무실, 옥상, 분수대, 화단 등 자연환경을 장면의 상황에 맞게 적절히 이용, 공간의 이동을 통해 관객을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참여자로만들었다. 햄릿의 독백장면을 건물 2층 사무실 유리창을 통해 한다든가 극중극 장면을 빔프로젝트를 이용해 건물 옥상벽에 영상으로 보여준 것, 군대를 상징하는 깃발과 종이를 이용한 인형의 오브제 사용 등은 신선한 맛을 주었다.

그러나 5막2장으로 된 원작을 15장면으로 압축해서 사건의 전개를 비극성에 맞추어 보여주었지만 너무 짧은 장면의 변화로 작품이 단절되는 인상을 느꼈다. 또한 대사의 전달에서 인위적인 무선 마이크의 사용으로 거리감 현장감이 드러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전체적으로 이번 작품은 일상적인 연극을 떠나 연극을 지금 이순간 현재 시제로 만들면서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볼수 있게 해준 의미있는 공연이었다 할수 있겠다.

표원섭〈가야대 연극영화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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