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립오페라단 '원효' 공연을 보고

18일 저녁 불국사에서 필자는 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남다른 감회를 가졌다. 예술작품을통한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이날 불국사에서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한국적인 철학사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원효의 무애(無碍)사상이 원효학의 본고장인 경주 불국사에서 오페라라는 종합예술을 통해 재발견되었다는 점은 우리 불교계나 예술계 모두 아주 귀히 여겨야할 부분이다. 천년고도 경주의 유서깊은 많은 문화유적들을 우리의 노력으로 살아 숨쉬게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느낌이 남달랐다.

기술적으로 많은 난점을 항상 염려해야하는 야외오페라무대는 그야말로 모험을 전제로 하는것이다. 이 때문에 전세계적으로도 이의 예술성이나 상품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놓고 볼때 이번 대구시립오페라단의 '원효'무대는 제작, 기획, 출연진, 무대등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시립오페라단의 안목있는 기획과 조직력을 통해 이 단체가 어떤 작품이라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얼마전 중국 북경 자금성에서 펼쳐진 야외오페라 '투란도트'공연과 비교해볼때도 예술성이나 규모면에서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의 세계적인 수준으로 당연히 평가받아야할 것이라고느꼈다. '투란도트'공연이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쏟아 부은 것에 비하면 이번 오페라 '원효'는 적은 예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끌어낸 공연이라고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날 불국사무대는 한국오페라의 신기원을 이룩한 공연이었다. 초가을의 차가운 밤바람을맞으며 열연한 출연자들의 진지한 연주모습도 수준급이었다. 현장감있는 무대와 입체적 음악구성이 조화를 이뤄 한마디로 아름답고 인상깊은 초가을밤이었다. 특히 '한국 예술문화의세계화를 위한 발견'이란 중요성과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우리 예술인들의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야외무대라는 점에서 마음 든든했다. 무엇보다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알릴수 있도록 체계적인 예산지원, 전문적인 기획만 잘 조화된다면 앞으로 더욱 훌륭한 야외오페라의 한 장이 펼쳐지리라 확신한다.

〈정희치 작곡가.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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