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동대 박물관 특별전 순애보 화제

"여보, 이내 편지 보시고 꿈에라도 찾아와 당신모습 보여 주세요. 머리가 희어지도록 함께 살자더니 어찌 먼저 가십니까" 조선중기 무렵, 안동시 정상동에 살던 30대 초반 한 부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안동대박물관이 주최한 '4백50년만의 외출' 특별전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25일부터 안동 고성 이씨 묘에서 나온 조선 중후기 각종 복식 70여점이 전시 공개된 안동대박물관. 여러 복식 가운데 여인의 머리카락을 삼과 섞어 짠 신발(미투리) 한켤레와 깨알같은 글씨로문종이 한장을 가득 메운 한글 앞에 이른 관람객들은 발길을 멈추고 떠날 줄 모른다.임세권 안동대박물관장이 풀어놓은 사연은 이렇다.

4백50여년 전 안동시 정하동 낙동강변 마을에 살았던 육척 장신의 이응태(사망당시 31세)는 예쁜아내와의 사이에 귀여운 아들을 두고 있었다. 이들 부부의 금슬은 마을에 소문이 자자할 정도.그런데 아내가 둘째를 출산할 무렵 남편에게 갑자기 병마가 찾아왔다. 남편의 병구완을 위해 매일 밤 천지신명께 기도하던 아내는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을 믿고 자신의 머리를 잘라 남편의신발을 삼았다. 그러나 남편은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아내 곁을 떠났다. 아내가 만든 미투리를 한 번 신어보지도 못한 채….

이승을 떠나는 남편에게 아내는 먹을 갈아 편지를 썼다. '원이 아버지에게'로 시작된 편지글에는짝을 잃은 애통함이 구구절절 담겨있다.

"함께 누워 마주보고 언제나 말했지요. 나는 당신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당신은 내 마음을 어찌 가졌나요. 둘째 낳으면 할 말있다 해놓고 어찌 그렇게 가시나요. 기막힌 마음 한도 끝도 없어대강만 적습니다"

황망함을 억누르고 쓰여진 편지는 종이가 모자라 마지막 구절은 여백을 지나 첫머리에서 거꾸로써내리고 끝을 맺었다.

지난 4월 고성 이씨 분묘 이장때 관속에서 신발, 편지와 함께 그가 생전 예쁘게 봐줬을 듯한 아내의 꽃무늬 비단치마 저고리와 장옷, 귀여운 아들의 아기 저고리가 가지런히 접힌 채 출토됐다.임관장은 "외롭게 세상을 떠난 남편을 위한 아내의 사랑이 묻어있다"고 말했다.'살다보면 이혼할 수도…'라는 의견이 70%에 이를 정도로 툭하면 이혼으로 가정이 부서지는 오늘의 세태. 4백50년만에 세상에 알려진 조선시대 '응태 부부 사랑 이야기'는 신선하게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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