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워둔 차 기름도둑 극성

기름값 인상 이후 세워둔 차량의 기름을 훔쳐가는 좀도둑이 기승을 부리는가하면 주유소에서 주유후 달아나는 얌체운전자도 부쩍 늘고 있다.

기름값이 오른 지난 17일 아침, 승용차를 타고 출근하던 박모씨(27.여.대구시 북구 칠성동)는 아주황당한 일을 겪었다. 휘발유값 인상에 대비, 전날밤 주머니를 털어 가득 채워놓은 연료탱크가 텅비어 있었던 것. 승용차에 큰 문제가 생겼다고 걱정했던 박씨는 그러나 비슷한 일을 겪은 직장동료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더욱 어이가 없었다. 밤새 누군가가 김씨 승용차의 주유구를 열고 휘발유를 깡그리 훔쳐간 것이다. 박씨는 "경찰에 신고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짜증이났다"고 말했다.

올들어 기름값이 계속 상승세를 타면서 주택가에 주차시켜 둔 차량에서 휘발유를 훔쳐가는 좀도둑 마저 설쳐대 IMF로 지친 직장인들을 더욱 울리고 있다. 대구시 수성구 만촌2동 김모씨(42)는이달 들어 3차례나 휘발유를 도난당했다. 더욱이 김씨 집 주변에서 잇따라 이런 일이 발생, 이웃들이 밤잠을 이루지못할 정도라는 것. 이에 따라 김씨 동네의 주민들은 승용차 주유구를 거리쪽으로 향하도록 주차하는 등 '방범대책'에 고심하고 있다.

유가인상 이후 대구시내 각 주유소들이 기름을 넣은 후 줄행랑을 치는 '얌체운전자'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구 남부경찰서는 28일 봉덕동 ㄴ주유소에서 자신의 르망승용차에 휘발유 34.3ℓ를 넣은 후 기름값 4만2천원을 지불하지 않고 도망친 천모씨(28.대구시 남구 봉덕동)를 사기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 20일 새벽 0시30분쯤에도 같은 주유소에서 박모씨(31.대구시 중구 남산동)가 시가 5만원상당의 휘발유 40.8ℓ를 넣고 도망가다 붙잡혀 사기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경찰조사 결과, 이 주유소에는 지난 주 이후 10여건의 '주유후 줄행랑' 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고대구시내 상당수 주유소도 같은 사례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

대구 남부경찰서 김기대형사계장은 "도주하는 차량의 번호판을 확인해두면 조회를 통해 즉시 검거가 가능하다"며 신고를 당부했다.

〈李宗泰.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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