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침몰 대구경제 '高附價'로 살리자-차부품업계 활로(6)

독일 부품업체들의 기술수준은 세계 최고이다.

유럽을 비롯, 아시아, 북중미, 심지어 일본에까지 진출, 부품왕국을 구축중이다.독일 부품업체들은 총매출액의 10% 가까이를 연구개발비에 투자하고 있다.

단일부품 자체 설계·생산은 기본이며 여러 부품을 사전 조립까지해 완성차업체 생산라인에 직접공급하는 '준 자동차 생산업체' 수준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들도 우리처럼 완성차업체에서 주는 설계도면대로 부품을 생산, 단순납품하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다만 영세한 기업환경에도 불구, 우리보다 한발 앞서 기술개발에 전력, 기술선진국에오른 것 뿐이다.

지역 부품업체들은 눈앞의 생존을 이유로 '변해야할 시기'에 '변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완성차업체가 '기침'을 하면 업체들은 허약한 체질탓에 곧바로 '독감'에 걸리기 일쑤다.지역업체들의 기술수준은 일부 업체를 제외하곤 자체 부품개발능력은 고사하고 완성차업체가 주는 설계도면대로 부품을 조립, 납품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역 6백82개 자동차부품업체중 고작 1.6%인 11개업체만이 부설기술연구소를 두고 있으며 그나마 일부 업체의 부설연구소를 제외하곤 연구인력이 10명 이하인 것으로나타났다.

더구나 이들 연구인력마저 업체들의 구조조정에 휘말려 하나 둘 퇴출되고 기술개발을 아예 포기한 업체들도 늘고 있는게 업계 현실이다.

기술정보지원센터 설립을 추진중인 대구시는 최근 지역 3백여 부품업체들을 대상으로 기술수요조사를 벌인 결과 85%이상의 업체들이 신기술정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손꼽을 정도지만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 기술개발의지를 불태우는 업체도 있다.계명대학교 저공해 자동차부품기술개발센터와 창원기화기공업(대구시 달서구 신당동)은 산학협동으로 자동차경량화를 위해 기존 알루미늄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플라스틱 신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또 삼우기업(달성군 논공읍)은 자동차저소음장치인 흡차음(NVH)기술 개발에 밤낮을 아끼지않고 있다.

최해남 대구시 첨단산업담당은 "어려울때 일수록 기술개발에 전력한 업체만이 구조조정이후 경쟁력있는 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술개발은 당연히 저연비, 저공해, 저비용 등으로 요약되는 고부가가치상품개발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96년기준 대구지역 자동차부품업계의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는 2천2백67만원으로 전국 자동차부품업체 1인당 부가가치 4천3백50만원의 52.1%수준에 불과하다.

이춘근 대구경북개발연구원 산업경제실장은 "선진국에서는 배출가스 허용기준 강화, 차량경량화추세에 맞춰 플라스틱, 전자부품 등 첨단 신소재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지역 업체들도 경량화, 전자시스템화, 공해방지및 안전도향상을 지향하는 고부가가치상품 개발을 서두를 때"라고 말했다.

최근 지역 대형 부품업체인 삼협산업이 부도를 냈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납품의존"을 그 원인으로 지적했다.

실제 대구상의가 최근 분석한 지역업체의 판매형태별 현황을 보면 완성차업체 납품이 88.3%로절대적인 의존도를 보인 반면 내수는 7.7%, OEM포함 수출은 4.0%에 그쳤다.

수직계열화된 폐쇄적인 납품구조에서 벗어나 국내 직접판매, 범용성이 뛰어난 자체브랜드를 개발,직수출하는 등 납품선을 다변화하는것이 지역업체의 또다른 핵심과제이다.

전문가들은 납품선을 다변화할 경우 거래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리는 완성차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도 사라져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임경호 대구상공회의소 조사부 차장은 "일본의 부품산업은 거래관계가 과거의 종속적, 폐쇄적 관계에서 복수의 완성차업체와 거래하는 개방경쟁체제로 변모하고 있다"며 "국내 완성차업계의 과감한 인식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체간의 부품공용화도 국제경쟁력 강화차원에서 꼭 실현돼야 할 현안이다.

원가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자동차부품 규격 동일화가 절실하기 때문.

닛산 디젤, 미쓰비시, 히노, 미스즈 등 일본의 대형트럭 4사와 협력업체들은 부품공동개발을 추진,현재 6개 부품을 공용화해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기술개발, 고부가가치창출, 납품다변화 등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수년동안 업계현안으로 인식돼왔지만 '반짝구호'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이제는 변해야 한다. 변하지 않으면 끝내 생존경쟁에서 퇴출되고 만다.산·학·연 협동체제도 중요하지만 업계 스스로의 환골탈태가 절실히 요구된다.〈李鍾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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