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IMF간 4/4분기 협의결과가 기존의 협의결과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국가의 경제주권이라 할 수 있는 통화정책 운영권을 우리정부가 되찾았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재경부 관계자는"IMF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는 나라 가운데 IMF가 통화정책을 해당 국가에 되돌려준 예는 매우드물다"며 "이는 우리의 외환부문이 국내 통화정책에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탄탄해졌음을 IMF가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화정책의 자율성 확보=이번 협의에서 IMF는 그동안 분기별로 정해왔던 본원통화(한국은행창구에서 밖으로 나가는 돈)의 공급한도를 내년부터 없애기로 했다. 이로써 우리 정부는 신용경색해소와 금리 인하를 위해 통화를 신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재경부 관계자는 "정부가 지금까지 본원통화 공급한도에 걸려 돈을 더 풀려고 해도 못 푼적은 없다'"며 "그러나 본원통화 공급 한도를 삭제한 것 자체는 통화정책을 우리정부에 일임한다는 것을 공식화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총유동성에 목표치를 두지 않기로 한 것도 같은 의미를 갖는다. IMF는 그동안 총유동성도 예시적 한도(Indicative Limit)라고 해서 일정 규모 이내로 제한하도록 해왔지만 앞으로는 전체 규모에 대한 전망치는 마련하되 이를 구속성없는 전망치로 변경하기로 했다.
▲정부의 거시경제 전망치도 수용=IMF는 이달초 내년도 한국경제의 성장률이 마이너스 1%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김대중대통령이 경제기자회견을 통해 내년에 플러스 2% 성장으로돌아설 것이라고 밝힌 직후 나온 것이어서 정부를 매우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물론 마이너스 1%라는 전망치는 1.4분기 자료를 토대로 한 것으로 금융구조조정을 위한 대규모 재정자금의 투입등 최근의 구조조정 노력과 성과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었으나 그 파장은 컸다. 따라서 이번 협의에 앞서 내년도 우리경제의 성장률이 플러스로 반전될 것이냐 아니면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할 것이냐에 대해 IMF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IMF는 우리정부의 전망을 수용해 내년에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한다는데 합의했다. 비록플러스 성장을 하되 그 폭과 시기는 △금융.기업 구조조정의 성과 △엔-달러 환율 등 대외여건△내수회복의 정도 등 몇가지 큰 변수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어쨌든우리경제가 내년에 플러스 성장으로 진입한다는 전망을 내놓은 것은 우리경제가 난국에서 어느정도 벗어났음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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