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가을의 기도

주님, 태풍과 폭우가 지나간 자리에 이렇게 따뜻한 햇살과 푸른 하늘과 맑은 바람을 주셔서 감사하나이다. 그러나 이 나라 백성들의 마음은 햇살처럼 따뜻하지도 못하고, 하늘처럼 푸르지도, 바람처럼 맑고 시원하지도 못하나이다.

우리는 가난했지만 착하고 부지런히 살았나이다. 그저 욕심 안내고, 남 안 속이고, 내가 굶어도세금은 안내면 죽는 줄 알고, 그렇게만 살면 되는 줄 알았나이다. 그렇게만 하면 우리의 대표자라는 사람들이, 잘나고 유식하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보살피고 지켜줄 것이라 믿고살아왔나이다. 그러나 주님, 우리가 그렇게 살고 있는 동안에 잘나고 높은 사람들은 백성을 위한다는 가면을 쓰고는 나랏돈도 잘라먹고, 뇌물도 받고, 거짓말도 하고, 백성들 주머니도 넘보면서살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우리 어리석은 백성들이 감당해야 했던 그 절망과 고통을 주님께서 헤아려 주소서.

낮은 자를 높이시는 주님, 이 어지러운 나라에 질서를 세우시어 약하고 가난한 이들을 위로하여주소서. 사리와 사욕을 애국이라 하는 자들과, 아부와 아첨을 능력이라 하는 자들과 권모와 술수를 지혜라 하는 자들과,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우기는 자들의 눈을 뜨게 하시어, 그들이 어둠과 빛을 분별할 수 있게 하소서.

주님, 그리하여 이 나라 착한 백성들이 저 가을 햇살처럼 따스한 가슴으로 가을 바람처럼 맑은정신으로 가을 하늘처럼 푸른 희망을 안고 평화로이 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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