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야총재회담 주요 대화록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는 10일 청와대에서 여야총재회담을 갖고 2시간 20분에 걸쳐 정국전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회담은 굳은 표정으로 시작했으나 결과 발표때는 그래도 다소 밝은 모습을 보였다.

다음은 주요대화록.

▲이총재=(김대통령의 국정상황설명을 들은 뒤) 우리 경제가 잘 되기를 바라고 있다. 앞으로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 경제청문회는 정책개선이 목적이 되는 생산적인 청문회가 돼야 한다. 여야관계가 그간 극도의 대치관계로 이어진 것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여당의 야당의원 영입같은 것은 없었으면 좋겠다.

▲김대통령=나는 신정부 출범이후 1년간 도와줄 것을 야당에 간곡히 부탁했지만 불행히도 안되어결국 오늘날 이런 사태가 됐다. 정부여당은 강제적, 인위적으로 야당의원을 빼내갈 생각은 없고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총재=사정은 당연하지만 보복적으로 비쳐져서는 안된다. 대화합정신으로 과거가 아닌 미래지향의 큰 정치를 해달라.

▲김대통령=나는 내가 당해본 쓰라린 체험을 통해 보복적 사정은 결코 하지 않는다고 다짐했다.보복사정은 있을 수 없다고 믿어도 된다.

▲이총재=판문점사태에 대한 강압수사나 불법도청이 있어선 안된다. 총격요청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해야하나 강압수사로 사실 왜곡을 해서는 안된다.

▲김대통령=고문과 도청, 이런 문제는 나 자신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며 만일 그런 문제가 있다면 철저히 밝혀야 한다. 판문점총격요청사건에 관계된 세사람은 이총재의 선거운동을 도운 주변사람인 만큼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있다. 그렇지만 이총재가 직접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는않는다.

▲이총재=그같은 정치적, 도의적 책임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김대통령= 나라를 위해 여야가 힘을 합쳐 각자 할 일을 하면서 협력을 하고 앞으로 자주 만나고 연락하자.

▲이총재=김대통령이 취임한지 9개월째 되고 제가 야당총재가 된지 3개월째 되는 오늘 이시점에영수회담을 오랜만에 갖게 된 것은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정치안정과 경제, 민생안정의 토대가되는 만남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김대통령=경제구조조정특별법 제정을 도와달라. 아무튼 1년만 도와달라. 오늘 회담이 앞으로 여야간 새로운 정치문화를 이룩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한편 두사람은 회담이 끝난뒤 양측 대변인을 불러 총무간 합의된 발표문에 자구수정없이 서명하고 상호교환했으며 회담내용 발표때는 메모노트(김대통령)와 메모지(이총재)를 보며 구술했고 상대방의 의견에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날 언론에 발표된 대화내용 분량은 실제 대화시간에 비하면 매우 적은 양이어서 논쟁이 있었는지, 발표되지 않은 속깊은 대화가 있었는지 궁금증을 낳고있다. 특히 검찰의 사정대상에 오른 한나라당의원들의 처리문제에 대한 대화가 발표에서 빠져있어 이면약속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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