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칼럼 세풍-경주문화엑스포 유감

'문화'를 화두로 한 세계 최초 박람회인 '98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두달간의 대장정을 엊그제 마감했다.

IMF 한파의 와중에서 여러가지 어려움과 우려를 안고 막이 올랐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성원에 힘입어 비교적 기대치에 근접하는 성과를 낳았다.

●'미래'창출 의지 돋보여

'새 천년의 미소-전승·융화·창조'라는 주제가 시사하듯이, 과거의 문화를 이해하고 오늘의 세계를 살아가는 지혜를 얻으며, 미래의 문화에 대한 메시지를 '새로운 밀레니엄'에서 찾으려는 의도는 돋보이고 기대를 걸게 했다.

더구나 총성도 없는 지구촌의 '문화 전쟁 시대'를 맞으면서 엑스포의 패러다임을 '문화'로 바꿔문화산업을 고부가가치와 연결시키려는 발상은 21세기의 비전과 맞물리게 하는 신선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실제 61일간의 행사 기간 동안 48개국에서 7천여명이 참여, 동서고금의 다양한 문화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게 했으며, 융합과 조화를 미덕으로 거느린 우리 문화를 국내외에 새롭게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경북)가 짧은 준비기간과 넉넉지 않은 예산으로 치른 행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성공적'이라는 찬사에 굳이 인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해외 관람객은 11만명에 그쳤지만,3백여만명에 이르는 관람객들이 줄을 이은 '양적인 풍요'가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다.'문화의 세기'로 가는 길목에서 '새길 트기'와 '디딤돌 놓기'에도 적지 않은 성과를 기록, 경주 관광 진흥의 새 전기를 찾는가 하면 문화상품 개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고, 우리 문화의 세계화에대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게도 했다. 수익성의 측면에서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아 다행스러웠다.

●기획·운영등 한계 드러내

그러나 '새 천년의 미소'라는 주제에 걸맞은 설득력을 이끌어내기에는 기획·운영·홍보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하루 평균 5만명의 관람객이 붐볐지만 내용면에서는 '지구촌의문화축제'로서는 빈약하고 허술한 점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종목이 너무 많아 주제가 선명하게 부각되지 않은 흠을 보였고, 각종 전시·공연이 '나열식'이었다는 아쉬움도 남겼다. 진열된 유물들도 모조품이 대부분인데다가 조악한 느낌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공연물 중에서는 불국사 경내를 무대로 한 오페라 '원효'가 야외 오페라의 매력을 증폭시켰고, 개막 공연 '수로부인 이야기'는 신선한 기획이라는 인상을 안겨줬다. '인류화합음악축제'도 우리 전통음악을 중심으로 인류 역사의 투쟁과 갈등을 통한 화합을 이끌어낸 무대였다.

4대문명의 유물들을 전시한 '세계문명관'은 독특한 문화의 원초적 동질성과 발전상을 읽게 했으며, 주제 영상은 새 천년의 미소를 통해 미래의 꿈을 심어주기에 손색이 없었다.

전반적으로는 '우리 잔치' 차원을 뛰어넘지 못했던 점도 아쉬웠다. 명실공히 '지구촌의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지름길을 찾기 위해서는 가장 한국적이고 신라적인 소재 개발과 독특한성격 강화가 요구되며, 보다 조직적이고 장기적인 국내외 홍보활동이 강구돼야 하리라고 본다.

국민적 관심과 호응도 중요하지만 외국 관광객들을 대거 유치, 우리 문화를 새롭게 인식시키고관광자원으로서도 고부가가치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경주의 이미지를 제고해 고적지 관광과 연계시키는 방안도 체계적으로 모색돼야 할 것이다.

엑스포 행사장 확장과 휴게시설 보강, 각종 편의 제공과 친절교육 등도 간과해서는 안될 과제들이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관람객들은 대부분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불편을 겪었으며, 이 문제에 대한 불만이 가장 컸던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2000년행사 준비 지금부터

2000년의 행사를 보다 완벽하게 치르기 위해서는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점들을 치밀하게 보완하고, 기획·운영·홍보 등 모든 분야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면밀한 준비 작업이 지금부터 바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비전에 걸맞은 내실을 다지고, 세계의 관심을 끌어들일 수 있으며,경주에 보다 알차고 매력적인 문화적 인프라를 구축해 국제적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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