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유괴범이 짓밟은 가정

"다시는 이 땅에 나리와 같은 불행한 유괴사건이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우리 나리가 짊어지고 간십자가가 결코 헛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며 나리양 유괴사건 때 그의 어머니가 외친 목소리가 아직도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그 어머니의 애절한 기도도 헛된듯 나리양 유괴사건 1년만에 김해시에서 초등학교 5년생양정규군이 유괴범에 의해 살해암매장된 사건이 발생한 것은 우리사회에 경제위기이상의 절망을던지고있다.

정규군을 돌려달라는 그의 부모와 그가 다니는 학교의 급우, 그리고 한달간이나 그가 살아돌아오기를 기다리던 전국의 모든 가정이 뻔뻔한 유괴범에 의해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오는 TV화면을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유괴범은 정규군의 가정만 파괴시킨게 아니고 우리의 모든 가정을짓밟고만 것이다.

드러난 범인의 유괴살해행각은 한마디로 인간의 짓이라 할 수 없다. 자식과 같은 또래의 아이를집이 부자란 말한마디에 유괴를 결심하고 유괴 2시간만에 먼저 살해부터 하고 정규군의 집에 협박전화를 했다는 것은 범인이 사람의 탈을 쓴 짐승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욱이 자신의 범행을숨기기위해 노숙자를 꾀어 범죄사실을 뒤집어 씌운 뒤 살해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었다는 것은 상상을 뛰어넘는 교활성을 나타낸 것이다.

어려운 경제현실속에 돈을 노린 이같은 유괴범이 생겨났다는 것은 유사한 범죄의 재발가능성에대한 심각한 우려를 낳게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행중 다행한 것은 범인이 시민들의 제보와 경찰의 노력으로 체포됨으로써 유괴범은반드시 잡힌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특히 유괴범에 대해서만은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주변을 살피고 신고하는 시민정신이 이 땅에 더이상 유괴범이 발붙일 수 없게하는 방어망이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한 사실은 매우 소중한 경험이다.

그러나 우리모두가 무엇보다 깊이 새겨야할 것은 이같은 반(反)인간적 유괴범이 생겨나는 근원적배경은 인간존중의 교육부재와 황금만능주의란 것이다. 어린 생명을 담보로 돈을 요구하고 돈을목표로 사람의 목숨을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 자체가 인간존중의 정신이 바닥에까지 떨어지고 황금만능의 한탕주의가 도덕성상실의 막다른 골목까지 왔음을 말해준다.

학교와 가정,경찰이 함께 지금까지 나온 유괴범방지에 대한 대책을 다시한번 점검해야겠지만 인간교육과 공동체의식함양의 중요성도 더 깊이 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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