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IMF 1년 지금우리는(5)-생활수준 후퇴

"꼭 10년전으로 되돌아간 셈입니다"

대구시 동구 불로동 화훼단지안에서 '대구농원'을 운영하는 김대연씨(45)는 IMF사태 이후 온실난방연료를 경유에서 연탄으로 바꿨다.

기름값이 올라 한겨울이면 1천ℓ, 50여만원어치 면세유를구입해도 한달을 채 못쓰기 때문이다.

장당 1백90원에 2천장을 36만원어치 사면 두달이상을 쓰는연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 가스 냄새나 시간을 맞춰 갈아주는 불편함 정도는 이제 뒷전이다.

"불로동으로 옮겨와 연탄에서 기름 난로로 바꾼지 10년째에 IMF가 터졌습니다. 다시 연탄으로 바꾼 건 다른 농원들도 다 마찬가지예요"

IMF 1년. 95년 1만달러를 돌파했던 GNP가 잘해야 92년 수준으로 뒷걸음질 쳤다는 공식발표가아니더라도 국민들은 생활수준의 후퇴를 피부로 실감하고 있다.

내년 1월 결혼할 직장여성 신모씨(29). 올들어 급여가 40%이상 삭감된 예비 신랑이 신혼집 전세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지켜보고 시댁으로 들어가 살기로 마음먹었다. 칠곡 시댁의 24평짜리아파트도 넓은 편은 아니지만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생활비도 절약할 수 있어 여러모로 시집살이가 유리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IMF이전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분가했던 친구를 보며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돌이켜 보면1년새 변해도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이런 경향은 요즘 결혼적령기의 여성들사이에서 보편화되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IMF이후 시부모와 동거를 원하는 '실속파' 예비신랑신부들이 이전보다 2배나 늘었을 정도.

대학가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32)는 요즘 몰려드는 걸인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예전같으면 비교적 깔끔한 차림의 잡상인들이 조잡한 상품을 비싼 값에 팔았는데 이제는 남루한 차림으로 구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씨는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노숙자들과 함께 70년대에 먹을 거나 돈을 구걸하던 진짜 '거지'들이 다시 등장했다고 생각하니 세상꼴이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IMF는 소비시장도 10여년전으로 되돌려놨다.

소비자들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 맞춰 음식점들이 가격을 내리면서 동성로에는 80년대 말 수준인 '라면 한그릇 1천원'인 가게까지 생겨났다. 일부 업체에서는 '그때 그 가격'이라는 선전문구아래 10여년전 가격으로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시대흐름에 민감한 패션계도 마찬가지. 멋보다는 보온성, 실용성을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무스탕, 모피 등 고급 겨울의류에 밀려 10여년전 자취를 감췄던 오리털 파카 같은 패딩점퍼도 재등장했다. 생활이 나아지면서 옷점에서 사라져가던 겨울 내복도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2배이상 늘었다고 업체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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