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지금과 같이 정치인들이 매도된 일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맡은 바 소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맡은 바 소임을 다하지 못했을 때 공인은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러나 누구도 물러났다는소리는 못 들었다.
오히려 그쪽만 무풍지대이다.
지금 온 국민은 6·25 버금가는 IMF 한파에서 아사 직전에 있다. 사업하는 사람은 연쇄 부도에패가망신하고 2백만명이 넘는 실직자에 명예퇴직이다. 정리해고다, 평생 몸 담아 온 직장에서 쫓겨나고 남아있는 사람도 앞일을 내다볼 수 없는 가시방석의 직장에서 떨어야 한다.눈앞에 엄동설한이 닥쳐오는데 가족 단위의 노숙자가 늘어나고 있다.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 13만명이 끼니를 거르고 있다. 중산층이 없어진 가운데 고소득자는 오히려 55%나 늘어났다. 생존권이박탈 당했을 때 그 후유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황금만능의 극단적인 이기속에 썩어도 너무 썩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썩지 않은 곳을 찾아야할 형편이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부정부패가 그증거이다.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할 것인가? 위정자가 져야 한다. 그러나 아무도 책임자가 없다. 지금 이 나라가 그래도 버티고 있는 것은 아무 말없이 땀흘려 열심히 일하는 국민이 있기 때문이다. 세금내라면 세금 내고, 금 내어 놓으라면 금 내고, 박수 치라면 박수친 국민이 있기 때문이다.정치가가 있어 버티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회의원은 지역구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국회는 문을 닫고 당파싸움만 했고, 모처럼 열린 국회에 국민이 거는 기대는 컸다.IMF한파 1주년을 맞고 있다.
화랑오계에 짐승을 잡되 때와 장소를 가려 잡으라는 말이 있다.
정치가는 웃지도 못하고 화도 내지 못하는가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인의 일거수 일투족이국민에게 주는 영향은 크다. 그만큼 주어진 임무가 크기 때문이다.
초상집에서 웃고, 결혼식에서 화내면 안된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웃고, 화냈다. 온 국민이IMF에 울고 수해에 허탈해 있을 때 언론이 비친 지나친 파안대소는 눈총을 받기에 충분했다. 개인적으로 재취임의 영광 때문에 더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며칠전 매스컴을 통해 또 한번 못볼 것을 본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진노 격노한 모습을 보고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불안에 떨어야 했다.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그 자리가 진노 격노할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도매금으로 매도당할 때는 당할 수밖에 없다.
지나간 일은 역사의 뒤안길에 묻어두어야 한다.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 다 알고 있다. 덕목이 깊어 모른 체 하고 있을 뿐이다.송일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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