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라니냐와 겨울나기

기독교 작가 엔도 슈사쿠의 소설 '사해(死海)의 언저리'는 충격적인 장면을 묘사하면서 절정에 이른다. 겁이 많고 비열해 미움을 받던 독일인 수도사가 형장을 향해 오줌을 흘리며 비틀비틀 걸어갈 때 그 곁에 같은 모습으로 따라가는 사람이 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다. 하지만 엔도가 소설적으로 설정한 예수는 반어법의 공간에서 더욱 강렬한메시지의 빛을 뿌린다. 얼핏 보면 무력한 듯 하지만 사실은 고통받는 사람을 크고 너그러운 힘으로 감싸안는 모습으로 부각되기 때문이다.

IMF 한파가 몰아친지 1년이나 됐다. 아직도 나라 전체가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으며, 그 끝은여전히 보이지도 않는다. 고통지수가 지난해의 14배라지만 지금 과연 백성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지도자들이 얼마나 될까.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와 가정을 잃고 길거리로 내몰려도 이 미증유의 고통을 부른 사람들은 물론정부마저 이런저런 대책만 쏟아낼 뿐 '인간적인 체온'은 느껴지지 않는다. 올겨울에는 '라니냐'의 영향으로 10년만에 가장 춥고 눈도 많이 올 것이라고 한다.

특히 12월 중순 이후에는 '귀여운 소녀'(라니냐)가 귀엽지 않은 극성을 부려 한파와 함께 폭설과폭풍도 예상된다. 최근 영하 20도 밑돌며 유럽을 강타하고 있는 이상한파가 우리나라에도 닥칠가능성이 높다고 기상청은 내다보고 있다.

더구나 1월에는 라니냐 현상이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도 한다.

요즘 세간의 화두(話頭)는 실업과 노숙자 문제이며, 그 어느 때보다도 몸과 마음의 추위가 극심한때다.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필요한 것이 뭐냐"는 알렉산더의 물음에 "햇살을 가리고 있으니까 조금만 비켜달라"고 했다지만, 혹독한 추위를 겪는 사람들에게는 '디오게네스의 햇살'만으로는 힘이되기 어렵다.

인간적인 따뜻함과 진정으로 고통을 함께 하는 정치, 그런 사회 분위기가 아쉬운 지금은 벌써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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