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상용차가 독자생존으로 일단 가닥을 잡아감에 따라 지역경제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섬유와 함께 양대축인 자동차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느냐 여부에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대구경제는 회생이냐 더 깊은 나락으로의 추락이냐가 판가름나게 되는 것이다.
'내륙도시인 대구가 과연 자동차산업의 입지로 적당한가'라는 문제가 또다시 제기되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지속적 투자여부는 물론 지역산업의 미래도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대구시와 경제계가 자동차 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어내는 방안도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빅딜논란을 계기로 지역자동차산업의 여건과 나갈 방향을 재점검 해본다.
▨자동차산업의 입지조건
국내 자동차공장은 대체로 바다에 인접해있다. 내수보다 수출에 치중하는 국내 메이커들의 현실에서 완제품을 선박에 곧바로 실을 수 있는 항만의 존재는 필수적인 조건으로 꼽혀왔다.하지만 외국의 경우 자동차산업이 내륙도시에서부터 발달한 사례가 더 흔하다. 내수용에서부터자동차산업이 성장해온 때문이기도 하지만 1백년이 가깝도록 메이저 업체들이 근거지를 옮기지않은 이면에는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고려할 때 내륙도시가 더 유리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있다.
오히려 바다에 인접해있으면 내수용 물류비용이 더 많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염분의 부식에 의한제품의 손실 등 품질 면에서도 불리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국내 자동차업계도 이제 이같은 점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에도 불구, 여전히 수요가 만만찮은데다 수입개방으로 외국의 유명메이커들이 앞다투어국내로 진출하고 있어 방어에도 역량을 쏟아야하기 때문이다.
공장입지나 물류비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관련 부품업체의 규모와 기술력 및 성장가능성, 인력공급, 배후지의 연구기능 등이다. 단순히 지리적 조건만으로 산업의 입지를 따지기에는 세계가 너무 좁아진 글로벌 경쟁시대라는 측면에서 이같은 조건들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구의 여건
대구는 내륙교통의 요충으로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만족시키는데 가장 적합하다는게 지역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아울러 부품업체의 성장가능성이나 기술인력 배출 등의 면에서 어느도시 못지 않은 경쟁력도 갖추고 있어 자동차산업의 입지로 결코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내륙으로 향하는 물류수송체계는 이미 갖춰진 상태. 항만과의 연결도 현재 진행중인 SOC(사회간접자본) 투자가 계획대로만 이뤄진다면 3~4년내에 아무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및 포항 신항만 건설, 대구~김해간 고속도로, 성서 삼성상용차.구지공단 등 자동차산업벨트를 잇는 주변 간선도로망 조성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대구시 이성호 경제정책과장은"2002년쯤이면 1시간이내에 항만에 닿을 수 있고 검단동 물류단지에 내륙통관시설이 들어서면 물류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부품업체 규모 면에서는 8백여개 기존 부품업체와 내년부터 공장건설이 시작될 성서3단지 등 양적으로 풍부한 상황. 기술력 면에서도 그동안 지역부품업체들이 대학연구소에 기술개발이나 교육을 의뢰하는 등 기술개발의지를 꾸준히 나타내 점차 향상되고 있다.
또 1차 부품업체를 중심으로 해외기술 제휴 및 독자기술개발에 나서는 등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대구시도 산.학.연과 연계하거나 최근 독일과 부품 기술 협력사업을 구체화하는 등 부품업체기술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기에 삼성상용차 유치 이후 대학 및 전문대에 자동차 관련학과들이 잇따라 신설 또는 확충돼 인력 면에서도 충분한 공급이 가능해진 것도 입지의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같은 제반여건들은 대구가 타 어느도시보다 자동차 입지여건이 앞서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대구는 자동차산업벨트 조성을 위해 인력, 기술, 지원시설 등 주변 여건 조성을 위해막대한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
때문에 지역 투자확대를 반드시 이끌어내야 하며 그렇게 될 경우 21세기 자동차산업 메카의 꿈은충분히 현실로 다가올수 있다.
▨투자유치 방안
삼성상용차의 독자생존의 유력해짐에 따라 이제는 삼성이 대구를 상용차생산의 거점으로 삼고 집중육성하는 방안을 이끌어내야 한다. 여기에 장기적으로 대우가 쌍용으로부터 인수한 구지공단을개발하고 위천단지내 부품전용단지, 성서공단내 부품단지 등이 조성돼 자동차산업벨트가 조성되는 시나리오가 전개된다면 금상첨화다.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빅딜, 구조조정, 경영합리화 등의 숙제를 안은채 생존의 길을 걷고 있는 기업에게 더이상 과거처럼 정치논리나 대의명분 등을 앞세운무조건적 투자요구는 먹혀들지 않는다. 지역의 입지가 다른 지역 못지 않게 훌륭하다는 주장만으로는 설득력이 없다.
대구시와 지역경제계는 특혜시비를 우려하지 말고 자동차업계의 투자를 이끌어낼수 있는 최대의지원방안을 마련해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민들의 뜻을 모아 가시적인 사업방침을 받아내야한다. 여기에 바로 지역경제의 앞날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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