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육은 사랑입니다" 두분의 참스승

무인년(戊寅年) 한 해를 교사들은 '교권 추락의 해'로 불렀다. 연초 교육부의 '촌지를 받지 않는다'는 표지판 부착 지시에 이어 정년 단축 회오리, 체벌교사 112 신고 등등. 교사는 많아도 스승이 적고, 학생은 많아도 제자가 드물다는 지적에 많은 이들은 낭패감을 곱씹어야 했다. 그러나 묵묵히 교단을 지키고 있는 참 스승은 많다.

대구 서부공고 이수빈교장(李秀斌·61)과 산격초교 김봉경교사(金奉慶·25·여). '사랑의 대화'로스승이고자 노력하는 이들. 대화 매개물이 훈화와 일기장으로 각기 다를 뿐 이다.이교장은 지난 95년 대구시교육청 장학관 시절 교장이 되면 참된 훈화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학생을 운동장에 세워놓고 5분간 훈화를 해봐야 별무효과.

그는 2주에 한번씩 방송으로 훈화하고 1천5백여명 학생의 '나의 생활본'에 훈화 주제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소감을 적도록 했다. 이를 검사하며 학생 하나 하나에게 격려 편지도 썼다. 편지를쓰다 팔목이 퉁퉁부어 훈화를 그만두려 생각한 것도 여러번. 5분 훈화에 정성과 사랑을 담기위해그는 5백분 이상을 고뇌했다. "훈화를 통해 대화하게 하니 가정교육이 되살아 났습니다"교단 경력 42년. 정년단축으로 내년 8월이면 교단을 떠나야 할지도 모를 이교장에게도 안타까운일이 있다. 학비를 내지 못해 퇴학 위기에 몰린 학생들. 그래서 그는 올초부터 자가용 대신 버스를 이용, 휘발유값 68만원을 모았다. 제자 8명의 공납금. 아직 모자란다.

김교사는 3년 경력의 햇병아리(?). 그러나 산격초교 3학년 5반 41명의 일기장을 검사하며 학생,학부모와 친구가 된 김교사를 아무도 쉽게 보지 않는다.

"학기 초에는 검사용과 진짜 등 이중 일기장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많아요. 그러나 일기로 꾸준히 대화해 마음이 통하게 되면 학생들도 불우한 가정 환경을 고백하며 진솔한 일기를 쓰게 됩니다" 그는 불우한 학생들에게 더 큰 애착을 갖고 있다. 자신을 좋아하는 학부모 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학부모가 더 많다고 한다.

이교장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난 김교사에게 "교육은 사랑"이라고 강조한뒤 "교사가 스승의 길을 걸으면 학생이 제자가 되고, 학부모가 감동해 교권이 저절로 확립된다"고 말했다.이교장과 김교사는 교원노조법을 둘러싸고 교단이 갈등을 빚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했다. "교원노조가 뭐고, 교총이 뭡니까. 참 스승이 없어 참 제자가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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