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해 노사 손잡고 함께 달린다

경제대란의 잿더미위에서 재도약을 다짐하는 새해 아침, 노사가 뜨겁게 손을 잡았다.

'회사는 고용안정에 최대한 노력하고, 노조는 어려운 여건을 이해해 경쟁력 강화에 최선을 다한다' 우리의 경제기반을 송두리채 뒤흔들어놓은 구조조정의 회오리를 뚫고 일어선 업체 마다, 다급한경제재건을 위해 무엇보다 노·사화합이 절체절명의 과제라는 데 머리를 맞대고 있다.

지금은 각자의 이익만을 위해 사사건건 충돌하거나 한치의 양보도 허락않는 노사대립을 당연시하는, 그런상황이 아니라는 인식인 것이다. 이 어려운 경제환경에서 노사가 함께 사는 상생(相生)의 단계로나아가자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상습적인 분규와 장기파업으로 갈등의 골이 깊었던 상당수 사업장이 자발적으로노사화합선언문을 채택하고 있거나, '99년 무파업'을 선언하는 사업장의 등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말 부터 이미 이같은 분위기는 싹을 틔워, 대구 경북지역에서는 40여개 업체가 11, 12월두달동안 결의대회, 대토론회, 체육대회, 등반대회 등을 통해 99년의 노·사화합을 다짐했다. 삼익공업(주), 세왕금속공업(주), (주)영화, 이수전자(주), 한국게이츠(주), 삼성코닝(주)구미공장 등이노사협력선언을 했고, 경산 진량공단내 세명기업(주) 노·사는 '99년을 무파업 및 화합과 협력의해'로 선언했다. 매년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은 포항의 흥화공업은 '노사한마음 대토론회'를 갖고노·사 상호간의 적극적 협력을 결의했다.

전국적으로는 2백여개 업체가 이같은 노사화합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이러한 노·사간의 화합다지기는 지난해까지 나타난 각종 분규의 양상에서 볼 때 새로운 노사관계의 진전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98년중 전국의 분규 발생건수는 모두 1백20건. 근로자 12만9천여명이 분규에 참여했으며 이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는 1백29만여일에 달했다. 최근 5년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던 분규가 다시 증가해 참가자수와 근로손실일수는 97년보다 3배가량 늘었다.

사업장 폐업·도산, 경영상 해고, 권고사직 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는 약 45만명(고용보험통계기준)으로 97년(11만여명)의 4배를 넘어섰고, 실질임금은 15%가량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현장에서 외친 처절한 아우성은 상당 부분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왔고 노사 모두에 큰 생채기를남겼다.

대구지방노동청 이종호 노사협력과장은 "상당수 노조들이 자칫 '어용'으로 호도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무파업 등을 선언하는 까닭은 고용이란 첨예한 문제 앞에서 노사대결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올해 직접 지켜본 때문"이라고 말했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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