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은 UN이 정한 '세계 노인의 해'.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인구의 6.6%(대구.경북 7.2%)로 20년내 14%선을 넘어설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노인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노인복지대책은 저개발 상태에 머물고 있다. 특히 IMF사태 이후 노인대책은 사회의 관심마저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본사에서는 노인복지 선진국인 미국의 실버타운 현장취재를 통해 21세기 지구촌의 난제중 하나가 될 노인대책을 심층조명해 본다.
은퇴한 노인들의 도시, 선시티(Sun City).
미국 서부 애리조나 주도(州都)피닉스에서 북서쪽으로 자동차로 30분을 달리면 세계 최대 규모의노인도시 올드 선시티가 눈에 들어온다. 그바로 서쪽에 선시티 웨스트(Sun City West)가, 또 그서남쪽에 선시티 그랜드 (Sun City Grand)가 한창 건설중이다.
이 세곳을 합쳐 선시티라 부른다. 민간 건설회사 '델웹'은 지난 58년 미국 최초의 노인도시 올드선시티를 건설했으며 이어 79년 선시티 웨스트를 추가 건설해 미국 실버타운의 완벽한 모델을 제시했다. 오는 2003년 선시티 그랜드가 완공되면 2천5백만평의 대지에 노인 8만5천여명이 거주하는 거대한 노인도시가 완성된다.
미국 각지의 은퇴 노인들은 4만여가구에 달하는 이 도시의 개인주택을 '델웹사'로부터 분양받아선시티 주민이 된다. 선시티에는 일반도시에 없는 특별한 기구가 있다. 그 첫째가 PORA(시청)와ROSSE(경찰서)라는 주민자치기구로 도시 전체의 행정과 치안을 맡는다.
또 각 사회 단체로부터 기부금을 지원받아 운영되는 '선헬스'라는 비영리기관이 이곳 노인들에게 무료 또는 무료수준으로 질병치료 및 모든 건강관리를 해준다. 선시티에는 치매전문병원을 비롯, 2개의 대형종합병원과 다수의 의원급 병원들이 주민진료 맡고 있다.
선시티에는 12개의 대형 레크리에이션 센터, 11개의 골프장등 노인위락시설이 완비되어 있다. 평평한 사막 중심에 건설한 이 도시 한가운데는 작은 산과 대형 인공호수를 만들어 낚시와 보트,산책을 즐길수 있도록 했다. 이곳 공공시설과 전문클럽하우스는 대부분 주민 공동소유.교통수단 또한 매우 편리하다. 불과 22㎞ 거리에 있는 애리조나 주도의 대형 국제공항을 외부교통의 창구로 하고 있다.
택시나 공항버스등이 수시로 운행돼 피닉스 여행도 자유롭다. 선시티 주민들은 대부분이 차를직접 운전하지만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적십자 봉사차량의 서비스를 받기도 한다. 선시티 안에서는 최고시속 30㎞의 골프카트가 주요 교통수단. 노인들은 쇼핑이나 이웃 나들이, 행정사무등을 보기위해 자동차 보다 골프카트를 선호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골프카트의 도로 주행을 허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주차에서도 우선권을 주고 있다.이는 골프카트가 노인들에게 적합한 운송수단이기 때문으로 노인들이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게 하는 필수품이 되고 있다.
선시티는 도시전체가 노인들만을 위해 설계되어 있다. 우선 이곳의 기후가 연중 쾌청한 날씨에습기가 없어 관절염등의 노인성 질환 환자에 적합하다. 주택은 노인들의 생활에 편리하게 기능성을 최대한 살렸다. 또 산책로 곳곳에는 인조잔디를 깔고 차도와 인도의 턱을 없애 산책하거나 운동을 즐기는데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
이 도시에 살려면 부부중 한사람은 반드시 55세이상 이어야하고 19세 이하는 같이 살수 없는 것이 철칙. 이곳에는 아예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가 없다. 학교라면 선시티 인근주민 자녀들을 위한 대학교 2개가 있을 뿐이다.
노인들만이 '살 권리'를 부여받은 땅, 선시티. 이곳 주민들 대부분은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자원봉사단체도 수백개에 이른다. 휴가떠난 집을 찾아 정원에 물주는것에서 부터, 은퇴전 특기를살려 그림, 수공예등 생산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들이 만든 갖가지 수공예품들은 이곳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팔아 그 수입을 선시티 운영비에기부한다. 이같은 왕성한 활동 때문인지 이곳 노인들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실버타운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할 일이 너무 많아 이곳에 이사와서 처음 스케줄북을 샀다는 방문자센터 소장, 리라 스테픈할머니(72)는 "우리는 활동적인 삶을 최대의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한다. 비록 신체적으로는 늙었다 하더라도 끊임 없는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죽을때까지 '쓸모있고 유용한 인간'이되려는 건강한 생활자세를 보여준다.
'활동적인 삶' '유용한 인간'을 유난스레 강조하는 스테픈할머니 말이 처음에는 이방인에 대한 자존심 같이 보였으나 오랜 기간동안 그들과의 생활을 통해 이 도시 노인들의 일상생활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알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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