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춘문예-당선소감

나는 아직 내가 누구인지를 모른다.

한때는 그런 나를 용서할 수 없었다. '나'와 '아닌 나'를 차례로 몰아세웠다. 진짜는 남고 가짜는가버리라고. 견디다못한 '나'와 '아닌 나'는 슬그머니 동맹을 맺어 내게 대항했다. 소설이라는 무기를 들고서.

나를 사로잡은 것이 소설이 아니었다면, 소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나를닮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직도 내가 누구인지를 묻는데 매달렸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제 내가 누구여야 한다는 스스로의 요구 조건에서 많이 자유롭다. 내 안에 떠도는수많은 타인들,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때로는 변명까지 들어주는 내 나름의 소통 방식으로소설을 읽고 쓰기 때문이다.

한 편의 소설을 시작할 때마다 나는 내 안의 그들에게 진한 추파를 던진다. 내 유혹에 속수무책으로 이끌려들 얼굴 하나늘 기다렸다가, 그 얼굴의 은결 든 속내를 궁금해하고 짐작하는 것.내가 누구인지는 아직도 모르지만, 동시에 나는 누구일 수도 있음을 믿게 해준 소설아, 사랑한다.〈약 력〉

△59년 경남 김해출생

△마산 성지여고 졸업

△반월문학회 동인

△주소:대구시 북구 태전동 250의14번지 한일아파트 103동6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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