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의 남북관계는 대립과 갈등 가운데 교류와 협력이 이어지는 기현상을 보인 한해였다. 현정부가 정경분리 원칙하에 추진하는 대북포용정책과 북한의 절박한 상황이 엮어낸 현상이다. 우리의 대북정책이 지속된다는 전제하의 남북관계는 일차적으로 북한의 상황변화와 전략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 북한의 경제는 붕괴직전의 위기에 처해있어 개혁·개방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개방할 의사와능력이 없는 것 같아 북한의 미래를 예견한다는 것은 어렵다.
특히 김일성은 생전에 중국학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에서 어떠한 변화를 바라지 말라"고 하면서 개혁·개방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인 적이 있다. 그들은 그들의 체제를 부정하는 것은 전부를부정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유럽 각국의 공산당처럼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잃게 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지도계층의 생명과 재산 등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불안과 공포심에 사로잡혀 있다.
김정일도 현체제를 고수하기 위하여 "작은 나라도 사상과 총대가 강하면 대국이 될 수 있다"는강성대국을 부르짖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강력한 정치력과 강력한 군사력으로 체제를 고수하려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계속하든가, 개혁·개방을 택하여 위기극복을 하든가양자택일 밖에 없다. 현실적으로는 국제환경이나 북한의 내적 상황으로 봐서 개혁·개방만이 유일한 출로다.
그러나 개혁·개방을 통한 외부의 영향이 체제에 위협적인 요인이라는 고정관념이 지배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객들에게 엄격한 세칙을 강요하면서 관광지역에 2중 철조망을 설치하고 있는 것은 이를 입증하는 한 예라 하겠다. 그들은 '고난의 행군'을 강요하든, 개혁·개방을 택하든 체제붕괴로 귀결되고 말 것이란 불안과 공포감이 북한으로 하여금 '벼랑 끝 외교'로 나가게 하였던것이다.
그 결과 한반도 문제는 국제문제화의 성격을 강하게 띠게 되었으며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한반도 문제의 변수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러시아는 정국불안정과 경제파탄으로 적극적으로 개입할 입장이 되지 못하고 있고, 중국은 한반도문제를 처리하는데 4강 중 가장 우세한 입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4강 중 중국만이 남북한 쌍방과 밀접한 선린우호협력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의 외교원칙을 들어 "내정간섭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여 오다 최근 미국의 적극적인 한반도정책이 전개됨에 따라 대북 개입전략을 강화하고 있다.한반도의 평화정착유지가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에 있어서 골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북한의 미사일발사 사건으로 대북지원차단을 강력하게 들고 나왔으나 아직까진 기본적으로는 미국의 영향력을 크게 받고 있는 종속변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국이라 하겠다.
대부분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이의를 달지 않는다. 미국은 냉전붕괴 이후 세계 경찰국가로서의 지위를 지켜가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북한의 핵문제는 미국의 국가이익에 중대한사안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특히 다음 세기에 미국의 최대 라이벌로 부상하게 될 것이 확실한 중국과 접경을 이루고 있는 북한에 미국의 영향력이 유지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 미국의 세계전략 구도 중 하나이기때문에 미국은 이 지역에서 물러날 수 없어 핵카드를 사용하는 북한의 벼랑끝 외교는 미국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북한 벼랑끝 외교로 남한을 배제한 대미창구의 물꼬를 텄고 경제적 실리를 얻었으며,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내부결속효과를 가져왔다. 따라서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카드는 대립긴장조성, 핵과미사일, 화학무기, 북미연락사무소 개설 그리고 군축문제등인데 미국의 입장에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취급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를 간파하고 있는 북한은계속 미국을 자극 할 것이다. 최근 북한의 금창리 지하시설에 대한 핵의혹이 제기되자 자존심이 상한 미국의 조야에선 강경론이 대두되기 시작하여 하원에서는 제네바협약을 파기할 수도 있는 KEDO지원 예산전액을 삭감하는 시도도 있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금년 3~5월 한반도에 위기가 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북한고위층의 발언을 인용한 남침시나리오와 미국의 대북무력사용 가능성이 보도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강력하게 밀어붙여서 소기의 양보를 받아 내려는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상황과남한이 IMF체제에서 대량실업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북한은 무력남침의 적기라고 보고 있다는 보도에서 나온 위기론이다.
그러나 북한이 궁지에 몰리지않는한 그리고 이에 남한이 비교우위에 있는만큼 전쟁을 감행하기는어렵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도발을 지원하지 않을 거라고 천명한바 있어 북한단독 전쟁수행은자멸로 가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정책 목표는 북한에 시장경제체제를 심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동구사회주의체제를 전복시킨 경험을 토대로 체제전환전문가들의 싱크탱크가 작동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연착륙정책에 두고, 무력은 위협용으로 그칠 공산이 절대적으로 크다 하겠다. 이는 중국의 완강한 저항도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한의 사회가 불안정한 징후가 나타나면 북한으로 하여금 오판을 하게 할수도 있는 혼돈속의 남북관계로 전개될 수 도 있다. 따라서 금년 봄 위기는 통제 가능할 위기로 볼수 있다. 다만북한과 미국간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때는 한반도의 긴장은 고조될 수 있으며 우리의 대북포용정책도 미국의 북한 길들이기 전략으로 시련을 맞을 수도 있다.
북한은 대미협상에서 경제적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미국은 이제 북한에 끌려만 가지 않겠다는입장이어서 금년의 남북관계는 복잡한 양상을 보일 것 같다. 즉 북한은 무력도발을 일으켜 긴장을 조성시키면서 경제적 위기를 피해가기 위하여 경제교류는 확대하는 기현상이 지속되리라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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