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자연물 다큐멘터리를 보면 자연의 세계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새는 그것이 모성애인 줄도 모르면서 자신이 낳은 알을 지키기에 여념이 없고 다람쥐는 그것이묘기인 줄도 모르면서 부지런히 나뭇가지를 탄다. 거기에는 '시끄러움'도 없고 '뽐냄'도 없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수행할 뿐이다.
그런데 우리 삶의 축소판인 신문을 보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그 속에는 온통 '시끄러움'과 '뽐냄'으로 가득 차 있다. 묻지도 않는데 대답하는 것을 '시끄러움'이라 하고, 한 가지를 물었는데 두가지를 대답하는 것을 '뽐냄'이라 한다. 순자가 한 말이다. 이러한 '시끄러움'과 '뽐냄'의 극치가월권(越權)이다.
한나라 소후가 술에 취해 잠이 들었을때 전관자가 그의 어깨에 옷을 덮어 주었다. 잠에서 깨어난소후는 기뻐서 누가 옷을 덮어주었는가를 물었다. 전관자는 자신이 덮어주었다고 의기양양하게대답했다. 소후는 즉석에서 그에게 엄한 벌을 내렸다. 소후가 그를 단죄한 것은 관(冠)담당인 그가 월권했기 때문이다. 소후는 알고 있었다. 월권을 두둔하면 그의 마음이 방자해져서 장차 더 큰월권을 행하게 된다는 것을.
지금 우리 사회에는 월권 풍조가 번져가고 있다. 지난해 심심찮게 회자되었던 체벌문제는 이런풍조의 한 단면이다. 학생답지 못하다 하여 감사납게 체벌하는 것은 교사의 월권이요, 그렇다고그 교사를 위해하는 것은 학부모의 월권이다. 만일 지금 이 시점에서 이를 경계하지 않으면 학생은 장차 자신의 부모를 구타하는 또다른 월권을 행사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 점이다.
그 해답은 자연속에 있다. 새나 다람쥐처럼 무심히 살아가는 일이다. 즉 한가지 물음에 한가지 대답만 하고 살아가는 일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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