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주요 기관이 정치쟁점의 한가운데 자주 등장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정권이 바뀌고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한 안기부가 과거정권의 연속선상의 문제가 아닌 새정부하의 문제로또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 여야가 공방을 거듭하고 있는 국회본관 529호실의 실체에 대해 국민들은 혼란스럽게 느끼고 있다.
여당과 안기부가 해명하고 있는 바와 같이 국회정보위의 업무를 돕기위해 통상적인 정보수집활동을 벌이고 있었을뿐인지, 야당의 주장대로 정치사찰을 하고 있었는지 헷갈린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기부의 법적 직무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확연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안기부법3조에 규정된 법조문은 '국외정보및 국내보안정보(대공.대정부전복.방첩.테러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및 배포'로 나와있다. 말하자면 해외정보.대공정보.보안정보의 3대 직무를 갖고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국회 529호실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그리 어려울 것은 없을 것이다. 국회에 파견된 안기부직원이 단순히 '요인(要人)동향 파악'과 이에 부수되는 정보수집활동에 머물렀는지, 아니면 정치공작을 위한 '추잡한 정보'까지 파악하기 위해 존재한 것인지를 가려볼 필요가있다.
야당이 문건(文件)을 입수한 경위는 명백히 실정법위반이다. 그러나 공개된 529호실 문건이 정치사찰의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는 점은 '529호실 불법진입'과는 별개로 다뤄야할 사안이 될 것이다.
상당수 국민들은 해외정보도 아니고 대공문제도 아니고 국내보안(정부 전복등)문제도 아닌 문건에 대해 의아해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야당이 공개한 문건은 그야말로 국회의원 개개인의 행동반경과 정치적 움직임은 물론 여당내 큰 과제가 되고 있는 내각제문제까지 다루고 있는 것을 보면 안기부 파견직원의 '개인적 메모'차원을 넘어서는 정치사찰의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보는것이다.
세계 각국도 정보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나라에 따라서는 해외업무관장 부서와 대내정보업무를담당하는 기관을 따로두고 있고, 심지어 가족에까지도 직업을 위장시킬만큼 철저한 베일에 가려져 있다. 물론 노출요원과 비노출 요원을 분리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우리의 안기부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과거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
야당의 주장처럼 안기부의 직무가 법상 직권남용의 여지가 있다면 관계법을 손질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가최고 정보기관의 직무를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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