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고 있는게 정계개편이다. 때만 되면 단골손님처럼 등장한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이들 국가들은 이미 정치판자체가 안정적이고 민생문제를 놓고 정책대결만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여야 정권교체가 50년만에 이뤄지고도 아직도 내각제 개헌을 해야 하느냐 마느냐라는권력구조를 놓고 씨름하고 있는 수준인 탓에 정치구도는 지금도 늘 유동적이다.박태준자민련총재도 얼마전"어지러운 정국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정계개편이 필요하다"고역설했다. 국민회의도 덩치키우기에만 정열을 쏟고 있다. 여권은 마음만 먹으면 정계개편을 할 수있다는 발상에 젖어있다.
여권은 작년 여소야대의 타파도 정국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태까지 정계개편은 늘 권력을 잡기위한 방편이 되었다.
김영삼전대통령이 구국의 결단이라며 민정당과 합쳤다. 김대중대통령이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면서김종필총리와 손을 잡았다. 두세력은 보수정당이라는 한계속에서도 이념이나 정책면에서 차이를보였다. 그런데도 정권을 장악하기위해 힘을 모았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작년 한 해 여권내에서는 사사건건 긴장감이 돌았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다소 불안감을 느꼈던 게 사실이다.
지금 정가에 나도는 정계개편설도 같은 범주다. 대규모 개편, 중소규모 개편에서부터 특정지역과손을 잡는 지역연합, 민주화투쟁세력이 연대하는 세력연합, 그리고 내각제개헌세력들이 힘을 합치는 내각제찬성 그룹연합 등 다양한 합종연횡형태가 거론되고 있다. 정책과 이념을 향한 이합집산의 움직임이 아니다.
국민들사이에서는 언제까지 이런 원시적인 정치행태를 되풀이해야 하느냐는 자괴감이 적지 않다.그러나 아직 요원하다는 전망이다. 각 정당이 정책과 노선의 차이에 의해 구분될 때까지 이는 계속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정책대결은 무시되고 정치투쟁과 세부풀리기 대결만이 횡행하게 된다.한때 우리 정치권의 화두였던 영국 토니 블레어총리의 정치적 성장과정은 우리 정치권에 시사점이 많다.
그가 당내에서 정치적 입지를 넓혀가는 동안에도 노동당은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해 선거에서번번이 보수당에게 패했다. 그는 노동당당수가 된뒤 현대화의 기수로 자처하면서 시대에 뒤떨어진 노조를 변화시키는 등 '제3의길'이란 신노선을 추진한 끝에 오늘날 영국정치인의 꿈인 총리가되었다.
영국은 노동당과 보수당이 확연한 이념과 노선차를 보이고 있고 선거를 통해 국민들에 의해 적절히 평가를 받는 모습을 잘 알 수 있다.
우리 정치현실은 권력을 잡기위한, 정국안정이란 미명하에 과반수의석 확보를 위한,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기위한, 총선에서 이기기 위한 정계 개편설뿐이다.
결국 한국정치의 나아갈 길은 명확하다. 노선과 정책에 따라 헤쳐 모이는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진정한 의미의 정계개편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각 정당이 그나마 정책대결에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는 게 국민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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