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개구멍으로 들어간다

가장 비극적 사건이 가장 희극적 모습으로 나타날 때 이를 보는 사람들은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운다.

국가의 장래가 달린 한일어업협정비준안과 교육공무원법개정안, 교원노조법안등 사회의 큰 변화를 몰고올 65개쟁점법안들이 여당에의한 단독변칙처리되는 과정이 그런 모양이었다. 날치기처리나 단독변칙처리를 너무 자주 보아왔기 때문에 당장 감정이 격동하는 국민들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TV화면에 나타나는 선량들의 심각한 표정과는 달리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에 서글픈미소라도 흘리지 않았을 국민들이 있었을까. 그렇게 중대한 국사를 결정하러 나가는 마당에 속기사가 출입하는 '비밀통로'로 국회본회의장에 들어가는 여당의원들에게 "개구멍으로 들어간다"며야당의원들이 야유하는 장면은 한편의 소극(笑劇)이었다.

어쨌든 이 비밀통로로 들어간 의원들 때문에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있었고 상정된 법안들의 변칙처리가 가능해 여야대치에서 여당이 완승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럴뿐아니라 이같은 승세를 몰아청문회 국정조사계획서와 함께 한나라당 서상목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를 강행할 태세고 이에맞서야당은 국회본회의장 농성투쟁에 돌입했다. 정국이 이렇 파행적이고 일방적으로 운영되어도 될것인지 걱정이다.

김영삼정부때 개혁입법의 하나인 노동법개정안에대한 국회처리를 둘러싸고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회의의 반대로 여당이 힘으로 단독통과시켰다가 이를 뒤집은 일이 새삼스럽다. 이번에 단독처리한 쟁점현안들에대해선 반대의견을 가진 국민들도 숱하게 있다.

이들의 의견을 대표할 수 있는 원내세력이 무시된채 여과없이 단독결정된 사안들이 국가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하면 여야의 승패로만 판정할 일이 아니다.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정치권에 다시 한번 반성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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