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세번째로 힘을 앞세운 여당의 밀어붙이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뒤 한나라당의 기류는 급속하게 강경쪽으로 기울고 있다. 6일 밤 본회의장 철야농성 때보다 농성의원 수가 더 늘어났다.군데군데 지도부의 강경일변도 투쟁노선 결정에 이의를 달던 대화론은 적어도 7일 농성장에서는보이지 않았다. 당운을 건 총력투쟁론으로 일색화됐다.
여당의 세 차례에 걸친 스트레이트 날치기와 529호실 사건에 관련된 사무처직원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체포·연행에 감정이 최고조로 격앙된 것이다. 의원총회를 겸한 심야농성에서 의원들은 한결같이 투쟁결의 다지기에 주력했다. 두번째 날치기 이후의 6일 밤 농성 때보다 전의(戰意)는 더욱 굳어 보였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대표적 협상론자인 박희태(朴熺太)원내총무는 소속의원들로부터 상당한 불신을 받고 있고 이회창(李會昌)총재도 박총무의 사의를 반려만 할 수는 없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보인다. 그리고 박총무와 함께 온건론자인 이규택(李揆澤)수석부총무 등 부총무들도 일괄 사의를표명해 놓은 상태다.
총무단의 빈자리를 대신해서 당내 기구인'정치사찰대책특위'가 대여투쟁을 선도하고 있다. 민주화투쟁과 투옥 등 화려한 투쟁경력을 자랑하는 당내 인사들이 총망라된 조직이다. 이 기구는 이부영(李富榮)의원이 부위원장, 이재오(李在五)의원이 간사를 맡고 김문수(金文洙), 이신범(李信範)의원 등 재야출신 맹장들과 정형근(鄭亨根), 백승홍(白承弘), 홍준표(洪準杓)의원 등 대여투쟁력에서손꼽히는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공식기구가 아니면서도 6일 철야농성을 이끌어 낸 당내 초·재선의원 모임인'희망연대'도 전면에 나섰다. 여기에는 특위 위원들 외에 신영국(申榮國), 서훈(徐勳)의원 등 투쟁력이 돋보이는 민주계 출신의원들이 포함돼 있다.
매파의 득세로 자연스레 비둘기파의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전날까지 제기되던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도 고개를 숙였다. 그 자리를 대여총력투쟁의 불가피성과 단결론이 대신했다. 일단 싸우는데열중하고 그 후에 책임추궁을 해도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여야격돌 정국이 장기화 될 경우 겉으로는 대여투쟁의 목소리가 높아지겠지만 속으로는향후 대응전략 부재에 따른 부담도 고스란히 안게 된다는 점은 한나라당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경투쟁이라지만 여권의 강공드라이브를 막아 낼 마땅한 수단이나 후속대책이 없는데다 장기전에 따른 전력소모와 대여투쟁이 성과없이 끝날 경우 잠시 주춤한 이총재의 지도력 부재에 대한당내외의 공세도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의를 밝힌 박총무의 후임자 선출이 현실화될 경우 그 과정은 주류와 비주류 그리고 계파간 주도권싸움 또 강경파와 온건파 등 온갖 대결구도가 복합적으로 작용, 당내 갈등을 부추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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