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변창구(효가대교수)

격동의 세기말에서 우리는 새 천년에 대한 기대와 희망속에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그것은 단지 한 세기를 마감하는 역사적 전환기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가 겪고있는 IMF한파가 너무나 혹독해서 따뜻한 봄에 대한 소망이 그만큼 간절하기 때문일 것이다.그러나 우리가 새 천년의 희망찬 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깊은 반성과 면밀한 준비를 하지않으면안된다.

새 천년의 세계가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 것인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한가지분명한 사실은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세계화와 정보화로 인하여 지구마을(global village)에서는 적자생존의 논리가 지배하는 무한경쟁이 전개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편에서는 WTO를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세계주의 추세가,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유로(Euro)화의 출범에서 알 수 있듯이 EU.NAFTA.ASEAN 등 지역통합의 가속화가 세계화시대의 다층적,복합적 경쟁과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소위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세계화는 선진강대국의 주장과는 달리 반드시 도덕적이거나 민주적인것은 아니다. 냉혹한 무한경쟁에서 탈락한 자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 국가의 기능이 약화됨으로써 국제적, 국내적 갈등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은 세계화의 심화에 따른 불평등이 초래할 수 있는 반민주적사회의 출현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화는 우리의 선호나 가치판단에 관계없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IMF 개혁처방의 도덕적 정당성 여부와 관계없이 그들의 주문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명백한 현실이 아닌가.

우리는 경제위기를 통해서 비로소 준비없는 세계화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를 분명히인식하게 되었다. 세계화는 기회와 가능성을 증대시켜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위협을 수반하고 있다.

더욱이 최후의 빙산으로 남아 있는 한반도의 분단상황을 극복하면서 세계화의 거센 풍랑을 헤쳐나가야 하는 참으로 어렵고 힘든 과제를 안고 새 천년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따라서 우리는 21세기가 요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을 위하여 발상을 전환하고 노력을 배가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은 기존의 고정관념과 잘못된 관행을 청산하고 재도약의 토대를견고히 구축하는 작업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과거 역대 정부에서 전개했던 그 숱한 국민운동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또다시 '기본을 바로 세우는 운동'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세계중심국가 또는 세계일류국가라는 요란한 슬로건보다는 비합리적이고 후진적인 요소들을 과감히 청산해 나가는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게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세계화의 주변으로 전락하지 않고 새 천년의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새 천년의 준비는 물론 국민 각자의 몫이지만,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의 효율적인 리더십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그러나 어찌하랴.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은 정쟁으로 날을지새고 있다.

우리의 앞길은 멀고도 험한데, 국민적 역량을 결집시키고 개혁을 주도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으니 말문이 막힐 뿐이다. 정치권은 20세기의 구태의연한 패러다임으로 21세기의 도전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각성하고 명심해야 한다. 우리에게 미래가 있어야 정치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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